전직 대통령 타계하면 성웅으로 각색하는 편파 방송
전직 대통령 타계하면 성웅으로 각색하는 편파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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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9-01 11:16
  • 승인 2009.09.01 11:16
  • 호수 801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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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사이 노무현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타계하였다. 장례기간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및 일부 케이블 뉴스 매체들이 연출한 전직 대통령 성군(聖君) 만들기에 많은 국민들이 식상했다. 장례기간 경건해야 할 국민들의 마음을 짜증으로 들끓게했다.

5월하순 고 노 대통령과 8월하순 고 김 대통령 장례 7-6일 기간 뉴스 매체들은 매일 고인의 빈소 상황과 치적을 장시간 반복해 방송하였다. 똑같은 장면과 똑같은 말이 매일같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45분 진행되는 저녁 ‘9시 뉴스’도 많게는 40분, 적게는 15분씩 고인에 대한 기사로 장례기간 내내 채웠다. 5년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 홍위병 처럼 날뛰던 지상파 방송들의 탄핵반대 선동 방송을 상기케 하였다.

물론 “국민장” 또는 “국장”으로 치르는 장례 기간인 만큼 고인의 빈소 상황 소개와 과거 족적을 돌아본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규방송 프로그램을 무더기로 죽이고 장례 방송으로 뒤덮는다는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시청권 박탈이다.

방송 뉴스 매체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에 업적을 기리는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 치적을 성군의 경지로 각색한다는 것은 언론매체로서 객관성을 상실한 편파이고 국민 오도이다.

인간에게는 장점과 단점이 함께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정치인들에게는 단점이 더 많이 노출된다. 때때로 정치인들은 보통 사람 보다도 못한 자질로 평가되기도 한다.

노무현씨는 자살하기 전 본인을 포함한 가족 일가의 비리 혐의로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의 비리와 관련해 당시 언론 매체들은 “파렴치한 범죄” “법정에 세워야 한다” “혼자 깨끗한척 하더니” “날개 꺾인 도덕성” “위선과 독선 허상으로 가득했던 노무현 정치” 등 질타하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수치감을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도 방송 매체들은 그를 흠결없는 성인(聖人)이고 정치인으로 덧칠하였다. 그의 자살에 대해 어떤 방송은 “배려와 화합, 통합의 정치문화, 지역·계급·세대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순교자적인 행동”이라고 말한 인터뷰도 내보냈다. 자살을 화합 위한 “순교자적인 행동”으로 미화시켰던 것이다.

고 김 전 대통령은 생존시 누구보다도 지지와 반대세력이 극명하게 엇갈렸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타계하기 두 달 전인 6월11일에도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몰아세우고는 “피맺힌 심정으로 말한다.” “우리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며 피끓는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할 말이 아니었다. 김 전 대통령 비판세력은 그를 “지역주의와 갈등 선동의 화신” “돈 주고 산 남북정상회담과 노벨상” 등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타계하자 KBS 등 방송 매체들은 그를 “국민 화해와 통합의 지도자” “평생 민주화에 헌신” “남북 화해 선구자”라며 긍정적인 평가만 확대 재생산했다. 그에게 40여년간 꽂혔던 비판의 목소리는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편파였다.

뉴스 매체들이 장례기간 편파적으로 방송한다고해서 국민들이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경망스럽게 촐랑대는 방송들이 고인을 성군으로 추켜세웠다고 해도 역사에 그렇게 기록되지 않는다. 방송사들의 신뢰도와 품위만 떨어뜨릴 따름이다.

앞으로 방송 매체들은 “국장”이건 “국민장”이건 엄숙한 장례 분위기 조성으로 그쳐야 한다. 장례 기간 하루종일 고인에 대한 반복된 방송으로 국민의 시청권을 박탈하고 짜증스럽게 해서는 안된다. 고인을 흠결없는 성군으로 각색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고인의 홍위병 방송으로 날뛰어서는 더 더욱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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