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나라, 부러운 나라, 미국
미운 나라, 부러운 나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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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8-18 09:42
  • 승인 2009.08.18 09:42
  • 호수 799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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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교화소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하게 됐다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곳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 있었다”는 북한 억류됐던 두 미국 여기자의 감격에 떨린 목소리가 위성 전파를 타고 온 세계로 퍼지는 순간 지구촌 모두는 형언키 힘든 진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진정 대단해보였고 부러운 나라라는 생각을 당연히 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더욱 부러움을 넘어 한심한 조국 대한민국을 푸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 분위기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이 이뤄졌다. 이는 미국과 한국이 다 같이 국경 밖에서 억류된 자국민을 구해야 하는 정부 임무를 두 사람 전직 대통령과 기업 총수에게 민간인 자격으로 맡긴 닮은 형이 됐다.

정부 당국자의 브리핑에서도 “현대 직원 유모씨 문제는 사업 당사자인 현대아산이 사업자로서 지속적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회장의 이번 방북 행보가 정부와 사전 조율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미국 역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시나리오가 철저히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두 나라 반응은 말할 나위 없이 미국정부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그대로 상존해 있다는 확실한 표명이고, 우리 정부 입장 또한 아직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강한 설명이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공식 면담한 점에서 북미 관계의 해빙기류를 점치는 시각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의 김 위원장 면담으로 남북관계가 변화 할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를 모은 게 사실이다.

특히 현 회장은 유모씨가 속한 회사의 최고책임자 위치에서 억류자 문제의 직접 당사자라는 강한 측면이 있다. 그 입장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 유씨의 신병을 인도받아 나란히 남북출입사무소를 넘어 입국케 되면 최소한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활성화 등의 남북 경협문제에 접근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북미 간 남북 간 기 싸움이 치열해 졌다. 만일 북한이 어떤 조건을 붙여서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클린턴을 통해 오바마 정부에 전달됐다면 문제는 또 확연하게 달라진다. 북한의 실체적 요구가 드러남에 따라서는 북미관계가 급진전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또 한 차례 뼈저린 소외감을 맛봐야 할 것이다.

한미관계 역사를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미국이란 나라를 모를 우리 국민은 이제 없을 것이다. 자국의 이익 되는 일이라면 어떤 행동 변화도 일으킬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또한 자국민을 위하고 지키는 일에는 유골 뼛조각 하나라도 이국 만리까지 찾아 나서는 나라다. 우리 정부가 기회 닿을 때마다 ‘한미공조’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미국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는 한 구두선에 불과하기 여반장이다.

때문에 미국을 미워하는 약소국가가 많아지는 추세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비롯한 많은 작은 나라 국민들이 미국이란 나라의 자국민 보호와 국민 이득 챙기기를 부러워해 마지않는다. 미국민의 애국하는 마음이 절로 생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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