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은 다만 국민 몫이다
심판은 다만 국민 몫이다
  •  기자
  • 입력 2009-07-28 09:28
  • 승인 2009.07.28 09:28
  • 호수 796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대 여당의 한나라당 하는 모양이 국민을 너무 불안케 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정권의 바람막이 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사람들이 차기 잿밥에만 신경 곤두서있는 형세가 많은 국민을 울분케도 만든다.

한나라당 아닌 두나라당의 계파싸움은 ‘미디어법’을 단초로 하여 사실상 쪼개지는 위기에 처했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에 있으므로 해서 한나라당에 엄청난 플러스가 된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난 총선 결과나 보선 등에서 ‘친박’ 깃발 아래 한나라당 후보들이 맥 못 추고 쓰러진걸 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만도 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결국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를 맹공격하던 사람이 당선 돼 와서는 한나라당 의원 생활을 하는 모순의 정치를 우리 유권자들이 만끽해야 했다. 이러고 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 될 공산이 짙다. 비주류를 어떻게 해서든 포용하려는 주류 지도층(?) 결단이 작용치 않는 한 이에 대한 변화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 게 옳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친이계’의 거부감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데 있다. 그들은 박근혜가 소신과 원칙을 말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그 원칙과 소신을 이해시킬 줄을 모른다고 말한다. 확실한 정치색을 나타내는 법 없이 그저 여론의 눈치 보며 시류에 편승해서 그때그때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내세우는 지극히 기회주의적인 면만 드러낸다는 혹평을 가한다.

또 자신의 정치적 발언에 담긴 뜻을 제대로 전달 않은 채 묵언으로 일관해서 발언의 파장 때마다 측근 의원들이 나서서 해명하는 법석을 떤다는 것이다. 이는 원론에는 강하지만 각론이나 방법론에 있어서는 입을 닫는 침묵 정치로 국민을 현혹케 한다는 불만이다. 뿐만 아니라 주류 쪽에는 박근혜가 야당 못잖게 무시로 국정 발목 잡기를 하고 해당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는 관념이 만연해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를 어쩌지 못하는 것은 다 알다시피 박 전 대표가 특히 영남권에 갖는 정치적 위력이 두렵기 때문이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다는 표현이 이럴 때 적절할 것 같다.

미디어법 관계로 또 수면위로 떠올랐던 한나라당 내 두 나라 싸움은 친이계의 이런 끓는 속을 다시 확 뒤집어 놓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또한 한국 정치인 가운데 가장 많은 국민 지지를 받는 사람 뜻인 데야 어쩌겠는가. 자당 의원들조차 잘 이해 못하는 미디어 법안을 그대로 밀어 붙이지 말라는 말이나, 대안을 제시하면서 합의 처리치 않으면 자신부터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말이 많은 국민들 귀에 국정 발목잡기로 들릴 리 없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벌이는 ‘친이’ ‘친박’ 싸움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쪽은 정치권의 어느 부대도 아니다. 심판은 다만 국민 몫일뿐이다. “한 집에 권력자가 두 사람이 있으면 그 집은 무슨 일을 해도 성과가 없다”는 이재오 전 의원의 말을 국민이 동의할지도 오로지 국민들 몫일테다. 요건은 국민이 생각하는 뜻과 정치 지도자가 생각하는 뜻이 얼마만큼 서로 부합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