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들이 많았던데는 이유가 있었다. 청첩장을 마구 돌린 탓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박의원측이 “일반 당직자들과 지역구 지인들에게 청첩장과 문자메시지를 돌려서 내부적으로 문제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었다.”고 보도 되었다. 박의원은 정치인으로서 한껏 사돈댁에 위세를 과시할 수는 있었지만, 하객들로부터는 “문제되지 않겠느냐”는 빈축을 샀다.
작년 9월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 골프장 7번홀 페어웨이에서는 보기드믄 화려한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장남이고, 신부는 노 정권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씨의 장녀이다. 주례는 노 전 대통령이 맡았다. 하늘에선 빨간색 경비행기가 선회하며 축하 비행을 하였고. 땅에는 노무현 정권시절의 총리, 장관, 국회의장, 의원, 등을 비롯 왕년에 목에 힘꽤나 줬던 사람들로 북적댔다.
강회장은 노정권 시절의 실세들을 총동원함으로써 돈의 위력을 과시했다. 시그너스 골프장은 강 회장의 것이다. 하지만 그 광경을 접한 일반 국민의 마음은 축복 대신 빈축을 보냈다. 당시 서울의 한 주요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서민 대통령’이라며 ‘특권층, 부유층을 비난하고 공격’하던 사람들이 ‘서민이 하루 살기가 힘들고 중산층이 흔들리는’때에 ‘신특권층의 (이중적으로) 사는 방법을 국민앞에 보여주었다.’고 질타했다.
하객들로부터 축복 대신 빈축을 사는 결혼식은 그들만의 잔치로 그치지 않는다. 호화스럽고도 값비싼 호텔 결혼식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객은 500~700명을 불러모은다. 1인당 식사비는 6만~10만원, 예식장 꽃장식비는 400만~1500만원, 6단 웨딩케이크는 100만원, 등을 합치면 결혼예물을 빼고도 예식장 비용으로만 5000만~7000만원이 나온다.
저런 호화판 결혼식일수록 하객들은 접수부에 돈 봉투건네고 혼주에게 눈도장찍고서는 곧장 돌아서서 식당으로 빠져나간다. 하객들의 대부분은 신부·신랑의 백년가약을 진심으로 축하하기 위한 경건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마지못해 피곤한 발걸음으로 혼주를 찾는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의 결혼식장은 수백명씩 북적대지 않는다. 보통 100명 내외이고 20명 내외로 그칠 때도 있다. 초청장은 가깝게 지내는 지인으로 그치고 돈 봉투도 없다. 필자가 미국서 1960년대 공부하고 있었을 때 였다. 나의 교수인 더글러스 어데어 박사의 딸 결혼식에 아내와 함께 초대되어 갔다. 학생으로서는 우리 둘 뿐이었다. 어데어 교수는 미국 독립혁명사의 최고 권위자였다. 결혼식장은 그의 집 뒷정원이었고 하객은 모두 20명 정도였다. 신랑과 신부는 하버드 대학 출신이다.
결혼식이 끝나자 신부는 일일이 하객들에게 포옹하며 볼에 고마움의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는 나와 아내에게 결혼예물로 받은 구리반지를 보여주면서 “아름답다”고 무척 자랑스러워 하였다. 신랑의 증조모 때부터 대대로 손자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가문의 반지라고 했다. 하객들은 가족 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신랑 신부의 장래를 간절히 축원하였다. 우리나라도 이제 결혼식을 돈과 권력의 허세를 자랑하거나 축의금 징수의 빨대로 전락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어데어 교수 처럼 절친한 친지와 제자 등 몇명만 초대해야 한다. 돈많은 부유층이나 권력층부터 앞장서야 한다. “천박하고 요란한 결혼식”으로 인구에 회자되지 않고 우아하며 경건한 백년가약의 날로 기억되고 축복받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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