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不通) 정치 끝이 안 보인다
불통(不通) 정치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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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6-16 09:03
  • 승인 2009.06.16 09:03
  • 호수 790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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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 셋째 주에 접어든 시점임에도 6월 임시국회는 문 열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엉뚱한데 정신 팔려있는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당 쇄신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도를 더해 당 위기국면을 치닫고 있는 형편이다. 집안싸움의 귀착지를 도무지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의 강력한 쇄신 요구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청와대는 “경청과 숙고모드”라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조만간 당·청 회동이 있을 전망이지만 쇄신방안에 대한 이견은 좀처럼 좁혀질 것 같지가 않다. 그럴수록 친이·친박 갈등은 더 구체화 될 것이므로 한나라당 내홍은 지금부터가 본격 시작일지 모른다.

민주당도 원내대표 얼굴만 바뀌었을 뿐 정략에만 매달려 있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조정자 없는 민주당의 앞날이 더 걱정스럽다는 소리가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후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노무현 정신 계승’을 내세운 민주당은 지난주엔 6.10 항쟁을 기념해 노조 파업집회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뿐 아니라 서울 광장의 10일 집회사용허가를 못 받자 장소 선점을 위해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9일 오후 광장을 기습 선점해서 1박2일의 농성을 벌였다. 이들 중에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살아왔다, 우리도 결사항전하자”는 구호가 터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주장해서 6월 임시국회를 기피한 민주당이 겨우 궁리해낸 연속 투쟁의 명분이 금속노조, 화물연대 등과 연대한 이런 길바닥 투쟁이다.

일하지 않고 세비만 따먹는 정치권 행태가 새삼스러울 게 하나도 없지만 국회가 의원들 마음대로 여닫는 동네 구멍가게가 아닐진대 해도 너무한 짓 같다. 국회법에 따라 지난 1일에 당연히 열렸어야 할 국회가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를 위해 다소 늦춰졌던 터다. 그런걸 가지고 여야 집안 사정 때문에 국회를 못 열고 국회법을 무시하는 이런 나라의 국회의원을 선거 때면 왜 그렇게 하고 싶어들 하는지 모르겠다. 어깨에 힘 넣고 목에 힘주는 맛이 그처럼 좋은 모양이다.

지금 여(與)가 여를 탓하며 야(野)를 핑계 댈 게제가 못된다. 청와대부터 여권 내부의 쇄신요구를 계속 외면하다간 거센 정풍(整風)운동에 부닥칠 수 있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이 여권 주류내부에까지 밀려든 지경으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진 상황이다. 대학 교수들에 이어 변호사 모임이 릴레이로 시국선언문을 내고 있다.

분명한 쇄신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미봉책으로는 국민과 소통할 수가 없다. 모든 걸 담보한 혁신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비굴함도 국민이 모르는바가 아니다. 망자(亡者)의 넋을 발판 삼아 길바닥 투쟁을 벌여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행위는 공당으로서 비열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로 지지율이 좀 상승된 점을 겸허해 할 줄 모른다.

정책정당, 대안정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는 정당을 국민이 지지 할 이유는 털끝만치도 없다. 국민은 지금 같은 대학의 교수들끼리 갈리고, 시민단체가 서로 갈리고, 시국선언에 반박선언이 뒤엉키는 이 현실을 몹시 두려운 눈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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