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낯 두꺼운 사람들
참 낯 두꺼운 사람들
  •  기자
  • 입력 2009-06-09 10:57
  • 승인 2009.06.09 10:57
  • 호수 789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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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 듣고 본 정황이 너무 놀라와 당황스럽고 황당했을 것이다. 그렇게 노무현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던 대부분의 민주당 인사들이 갑자기 노무현을 가장 가깝게 칭송하는 모습은 뭣에 홀린 듯이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 갈 때만 해도 그 이중성을 비난했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현 정부 보고 사과하라고 핏대를 세운다. 역시 눈치보고 줄 잘 서야만 살아남는 대한민국 정치풍토는 깨부숴낼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자살 충격 며칠 전만 해도 민주당 모 최고위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에 대해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불행한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에 어떤 연유로 이것을 받게 됐는지 명백한 진위가 밝혀져야 한다. 특히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자살사건 부분에 대해서도 정중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뒤질세라 바로 이튿날 모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 친노로 상징되는 당 간판의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 노무현 색깔 빼기 없이는 민주당의 희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07년 대선 참패 후의 대통합 민주신당 지도부 회의는 “이번 선거는 결국 국민들이 노무현이 싫다는 것이었다.”고 규정했었다. 이런 기류에서 참여정부 때 소외됐던 의원들은 “참여정부 총리 및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원내대표 출신은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일체의 기득권 포기를 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던 터다.

지난 대선 때의 손학규 통합민주당경선 후보는 “열린우리당을 문 닫게 한 장본인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통합 민주신당 당원도 아니다. 제발 노 대통령은 대선 판에서 한발 비켜서 계셔 달라.”는 주문을 했을 정도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마저 2007년 5월 어느 날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적 기초를 튼튼히 하기위해 각각의 정치세력이 논쟁과 실천을 하는 것을 구태정치라 부른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행위야 말로 독선과 오만에 기초한 권력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다.”고 한 사람이다.

같은 날 김근태 전 의장은 또 “김근태가 구태정치를 한다고 공격했지만 그런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딱지를 붙이고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노무현식 분열정치다. 당 해체를 주장할 거라면 나가라고 하는데 누가 누구보고 나가라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당적이 없는 대통령은 자숙하라.”고 일갈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강력 요구하는 민주당 대표의원은 2007년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노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 후보감이었지만 훌륭한 대통령감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문제점은 반복적인 말실수, 코드인사, 인재풀의 한계, 고집, 오만, 독선, 편 나누기, 뺄셈의 정치, 싸움의 정치 등이다.”로 정리했었다.

정국 흐름이 이러했으면 지금 민주당이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에 사과 하라고 떼 쓸 일은 분명히 아닐 것 같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해야 할 쪽은 민주당이 아니겠는가? 우리 정치가 더 이상 비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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