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관의 오두막 집과 노무현의 궁궐
미국 대법관의 오두막 집과 노무현의 궁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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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5-12 10:19
  • 승인 2009.05.12 10:19
  • 호수 78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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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수터 미국 연방정부의 대법관은 지난 4월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냈다. 그는 뉴햄프셔 주 검찰총장을 지내는 등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미국 대법관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자리이고 종신직이기에 69세의 나이로 은퇴하기엔 너무 이르다. 그가 대법원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11살 때부터 살던 뉴햄프셔 주 웨어 카운티군(郡)의 낡은 오두막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이다.

수터 대법관의 뉴햄프셔 집은 비록 2층으로 되어있지만 헛간 같이 초라하고 외딴집이다. 뜰에는 자연생 나무들이 자연그대로 뻗어있다. 수터 대법관은 휴가철만 되면 이 집으로 내려와 낮에는 인근 산으로 등산했고 밤엔 책장에 꽂힌 수천권의 책들중 하나를 뽑아 읽었다.

그는 언젠가 고향집에 대한 그리움을 친구에게 썼다. “휴가때 시골집에 가면 평화스러움을 느낀다. 그 휴식은 맑은 공기와 경치에서만 오는게 아니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온다.” 그는 맑은 공기, 훈훈한 인심, 평화로움, 그것들이 그리워 세계 최고의 직을 헌신짝 처럼 내던지고 귀향길에 오르기로 한 것이다.

슈터 대법관의 귀향 기사를 읽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치스런 귀향 행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는 경남 김해 봉화마을의 높은 언덕배기에 임금님의 궁궐 같은 대 저택을 새로 지었다. 그의 우뚝솟은 사저 아래로는 게딱지같이 작은 농가들이 초라하게 웅크리고 앉아있다. 너무 대조적이어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 퇴임하면 임대주택에 살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는 명륜동 “집을 팔아 무주택자이니 (퇴임하면) 중대형 임대주택에 들어가겠다.”며 “임대주택에 살다가 더 나이들면 귀촌하겠다.”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그는 퇴임하기도 전에 그 약속을 깨고 봉화마을에 궁궐 같은 집을 지었다. 자그마치 3992㎡(1297평) 대지에 연면적 990㎡(300평)의 대궐이다. 그의 집 뒷산(봉화산)에는 30억원의 세금으로 웰빙 숲을 조성키로 하였다. 인근 화포천 정비, 공설운동장 개보수, 진영문화센터 신설, 등 460억원의 국고예산을 들여 봉화 레저 타운 건설에 착수키로 했다. 손목시계도 다이아몬드가 박힌 1억원짜리로 준비했다. 퇴임한 대통령이 “귀촌”하는게 아니라 현직 대통령의 청와대가 옮겨가는 느낌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새로 지었다. 대지 100평에 건평 84평으로 그쳤다. 노대우·전두환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을 증 개축하고 말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200평으로 늘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 호화판 사저 축조를 보고 그는 상식에 벗어난 엉뚱한 짓을 얼마든지 저지를 사람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상식을 벗어난 검은 돈 거래로 파렴치 범법 혐의로 내몰렸다. 노 전 대통령은 약속했던 대로 봉화마을에 궁궐을 짓지말고 임대주택으로 들어가 살다가 “더 나이들면 귀촌”해야 했다. 사저를 짓더라도 김영삼 전 대통령 처럼 대지 100평에 건평 80평 정도로 족했어야 했다. 그리고 검은 돈을 탐내지 말았어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수터 대법관과 같은 맑고 검소한 생활을 체질화 했어야 했다. 헛간 같은 낡은 집으로 돌아가 낮에는 산책하고 밤에는 책읽으며 훈훈한 정이 넘치는 마을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는 것을 최대의 낙으로 삼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궁궐을 지어놓고 퇴임후에도 1억짜리 시계를 차고 거들대려다가 씻을 수 없는 오욕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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