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대통령 당선 초기에 박근혜 총리 기용설이 심도 있게 퍼진 적 있다. 그때 친박 측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총리로 만들어서 총선 출마를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다음 수순은 적당한 시기에 총리직을 그만 두게 해 박 전 대표의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는 의심을 가졌다. 당사자인 박근혜 의원은 이때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후로 ‘친이’와 ‘친박’의 당내 화해와 협력은 존재치 않았다. 172석의 거대여당이 힘 못 쓰는 식물정당 신세가 돼버렸다. 계파 논리에 함몰 당한 정당이 쉽게 합의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의원실 비서관 숫자나 늘리는 일이었다.
민심이 눈감고 그냥 있을 리 만무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4.29 재보선 참패의 의미부터 똑바로 알지 못하면 멀잖은 장래에 당은 깨질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여권의 계파간 분열 현상이 민심이반을 부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큰 한나라당 문제는 당정 분리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던 점이다. 이 대통령은 경선 상대였던 박 전 대표를 국정 동반자라고 했다. 말로만 그렇게 하지 말고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그를 대우했으면 한나라당 사정이 오늘 같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치의 근본이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소모적인 정치관행과 과감하게 결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많은 국민들을 감동케 한 명 연설이었다. 저 정도의 호언을 했으니 우리 정치가 달라지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화합정치를 약속하고도 야당과의 화합은커녕 당내 경선 경쟁자와의 새로운 경쟁 국면을 이끌고 있는 과정이다. 경선 경쟁자를 고사시킬 목적으로 친박계 중진들을 지난 총선 공천에서 밀어냈다가 국민들의 호된 심판을 받고도 그때 심판받은 인물을 또다시 재공천 했다. 거침이 없었다.
이상득 의원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앞으로는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자숙 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까지 언론이 표현한 대통령 형님의 이 정치적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 쪽 정두언 의원의 반란이 있었던 지난 총선 공천 때도 그는 여론을 의식한 그와 유사한 발언을 했었다. 정치 위기 때마다 반복된 말이다.
이렇게 보면 한나라당의 한 지붕 세 가족 갈등은 과거 3당 합당 후 숙명적이라 할 만하다. 좀 있으면 날 저물 판에 한나라당의 갈 길이 너무 멀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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