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을 말하기 전에 두려운 생각이 앞선다. 옛날부터 나라 안에 마약이 돌고 도박과 사이비 종교가 기승을 부리면 반드시 그 나라는 망하고 만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그 비슷한 정황에 놓였다. 작년에 유명 연예인이 도박을 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제 마약이 문제가 됐고, 얼마 전에는 성 상납 문제로 괴로워하던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꼭 망해가는 나라의 사회 혼란상을 보는 것만 같다. 지난 정권 때 한국 천지를 편 가르며 다른 건 다 몰라도 통치의 도덕성 하나만은 단연 후세의 자랑이 될 것이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실로 불려나가는 꼴이라니... 위선적 지도자의 도덕적 추락에 마약과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성 상납과 성 매매가 들끓는 한국이라는 나라, 그 절망의 끝이 안 보인다.
특히 우리 한국인은 무슨 큰 일이 터졌을 때 금방 폭발 할 것처럼 맹렬히 끓어대다가 또 다른 이슈가 나타나면 금세 그쪽으로 열기를 옮겨간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연예계에서 대형 마약사건이 터졌으니 고 장자연씨 사건은 국민 관심에서 한발 멀어질게 틀림없다. 그러면 경찰 수사의 물 타기가 아주 쉬워질 공산이다.
이런 식으로 묻혀버리고 썩어 가면 나라는 야금야금 망해질수밖에 없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이 나라가 무엇을 어쩌다가 왜 이렇게 까지 됐느냐는 점을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한국이 지난날 한강의 기적으로 까지 불린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국민총화를 이끈 지도자의 리더십 역량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그 저변엔 가난에 시달린 한국인의 오랜 ‘헝그리(hungry) 정신’이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이 민족의 배고픈 설움과 맺힌 한은 이빨로 쇳줄이라도 물어뜯을 만큼 독기를 갖게 했다. 만약 우리에게 그런 독기가 없었다면 서독 파견 간호사, 광부들의 신화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고 몸으로 물길을 바꾼 새마을 운동의 전설이 창조될 리 만무했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나라가 형편없이 쪼그라들고 있는 현실이다. 나라 정책을 나무라고 위정자의 지도력을 탓하는 소리만 높다.
우리는 스스로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자식들은 운동을 해도 권투 같은 것은 안하다. ‘링’에서 실컷 얻어맞는 난타전 끝에 상대를 KO 시키고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하던 옛 홍수환 선수 같은 권투 신화는 지금시대에 한낱 과거사로 회자될 뿐이다. 의사를 해도 남의 피고름 짜내고 살가죽 찢는 외과의사는 기피과목이 돼버린 지 오래다.
직업 없이 카드깡 해서 쓰고, 사채에 목이 졸려도 기운 쓰고 땀 흘리는 육체노동 따위는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다. 빚을 져도 주5일 근무 뒤의 긴 휴일 행락을 즐겨야 한다. 아무리 경제사정이 위기라고 떠들지만 주말 교통 정체는 더 심해졌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한국인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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