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초등학생’의 오리발
‘노무현 초등학생’의 오리발
  •  기자
  • 입력 2009-04-28 09:46
  • 승인 2009.04.28 09:46
  • 호수 783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8년 11월 대한민국 국회에서 탄생한 이른바 ‘청문회 스타’ 노무현 국회의원이 그로부터 딱 14년 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헌법사상 최초로 열린 ‘5공비리’ 청문회에서 그가 일해재단 설립과 관련하여 5공 실세와 한국 굴지의 재벌 총수들을 몰아붙이는 장면은 한국민의 수십년 묵은 체증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특히 “양심이 있다는 대통령이면 남의 돈 그렇게 먹고 부탁한 것 안 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하는 대목에서 그는 전폭적인 국민 공감을 이끌었다. 이후 청렴성 하나로 그는 대통령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기대했던 사람이 5년 대통령직을 해먹고 꼭 1년 두 달이 지난 2009년 4월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 패러디물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가슴을 빗대 정경유착을 성토했던 인간 노무현이 퇴임 1년 만에 자신이 청문 국회에서 일갈했던 사람들과 한 치 다를 바 없이 비리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 힘이 국회 청문회에서 보인 열정과 도덕성이었음을 너무 잘 알기에 그와 그의 추종자들은 입만 열면 자신들의 ‘도덕성’을 되뇌었었다. 무능한 정치를 오직 역대 정권과의 도덕성 우위 하나로 밀어붙였었다.

그런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혐의가 역대 대통령 비리 종합세트처럼 드러나고 있는 판이다. 부인과 아들에, 형과 조카사위 등 온가족이 망라됐고 대통령 집사인 총무비서가 청와대 공금까지 도적질해놓은 지경이다. 그래도 봉하궁 저택에 들어앉은 노무현의 입은 닫히지 않고 있다. 자신이 받은 돈은 재벌 돈이 아니라 패밀리 돈이어서 괜찮다는 말인지 현란스럽다.

국민은 이 4월에 피고 진 벚꽃의 아름다움조차 돌아볼 겨를 없었다. 전직 대통령의 ‘위선’ 행진에 온 가슴만 먹먹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을 욕하면서 서민 대통령을 흉내 낸 그의 위선은 노동계급을 위장해서 노동귀족으로 입신한 위선의 달인다웠다. 그는 돈 있는 집 자식들의 호화 유학생활을 맹공격 했던 사람이다. 자기 아들 딸이 미국 가서 눈 먼 돈으로 호화생활 한 것은 현직 대통령 자녀의 체면 때문이었다고 그는 또 강변 할지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마당에도 인터넷에 세 차례나 글을 올려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검찰수사에 불만을 표시했다. 프레임(frame)은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틀이다. 여기서 생각나는 구절하나가 있다. 지금은 책 구하기가 어렵지만 노무현은 ‘청문회 스타’의 인기를 등에 업은 그 시절 정치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여보! 나 좀 도와줘’라는 제목의 자전 에세이집을 펴냈었다.

그 책 내용 가운데 자신의 초등학교 3학년시절 부잣집아이가 등에 메고 다니는 꽃무늬 가죽 가방이 너무 샘이 나서 연필 깎는 칼로 북 찢어 놓았다고 회고한 대목이 있다. 당연히 울고불고 학급 안에 난리가 났다. 담임선생님은 전체 학생들에게 눈을 감게 하고 지금 가만히 오른손을 들고 잘못을 시인하면 선생님만 알고 용서할 것이라고 했단다. 그래도 노무현 학생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고 손을 들지 않았다고 토로해 놓았다.

오늘 그의 모습에 비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