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의 성급한 말 솜씨
李대통령의 성급한 말 솜씨
  •  기자
  • 입력 2009-04-21 11:27
  • 승인 2009.04.21 11:27
  • 호수 782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씨는 대통령 재임시절 “깽판친다” 등 막말로 국민들의 빈축을 샀다. 막말 대통령이 떠나자 그의 뒤를 이은 이명박 대통령은 성급한 말 솜씨로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낸다.

미국발 국제금융 파동으로 주식시세가 곤두박질 치자, 작년 11월24일 이 대통령은 지금 주식을 사면 1년내 부자된다고 성급히 장담하였다.

그는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다.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내에 부자가 된다.”고 확언하였다. 이런 장담은 증권회사의 딜러도 함부로 해서는 안될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성급하게 토해냈다.

이 대통령의 1년내 부자 발언은 경제불황이 1년내에 회복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그는 같은 자리에서 경제위기가 “3년 이상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1년내” 해소되는게 아니라 1-2년은 족히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경제위기가 1-2년 지속된다는 것은 주식을 사도 1-2년내에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된다. 이 대통령은 앞뒤가 맞지않는 말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영국 런던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이 특사를 받을만한 준비가 되면…보낼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작년 7월 북한이 특사를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었다. 그는 “이 시점에서 저쪽(북한)도 (특사를)받기가 힘들고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랬던 그가 “저쪽”의 감정이 그 때 보다 더 나빠진 상황에서 북한에 특사를 보낼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역시 앞뒤가 맞지않는 말이다. 대통의 말이 오락가락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작년 4월 북한의 “위협적인 발언 때문에 북한을 도와주고 협상하는 것은 앞으로 없다.”고 잘라 말하였다. 이어 그는 10월 “원칙없이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도 다짐하였다. 옳은 말이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하자 특사를 보낼 수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위협적인 발언 때문에 협상하는 것은 없다”다던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원칙없는 태도였고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 대통령이 런던에서 대북 특사 파견을 언급하던 날 서울 국회에서의 답변을 통해 “대북 특사 파견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였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달랐다. 현 장관의 대북특사 불가 발언은 이 대통령의 특사 파견 말을 채 듣지못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기존의 이명박 정부 특사파견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통일부장관 마저 반대하였고 북한도 외면할 특사 파견을 언급함으로써 빈 말이나 하는 가벼운 사람이 되었다. 사려 깊지못한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말 솜씨는 작년 6월 쇠고기 수입 반대 불법·폭력 촛불시위 당시 그의 담화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였어야 옳다.

하지만 그는 그 대신 폭력·불법 시위꾼들에게 머리숙였다. 그는 “캄캄한 (밤) 산 중턱에 홀로 앉아 국민을 편안히 모시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며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마음이 매우 급했다.”고 사과하였다.

불법·폭력 시위앞에 머리숙인 그의 성급한 사과는 그후 시위꾼들을 기고만장하게 만들어 불법·폭력 시위를 부채질하였고 국회 의원들의 해머 난동을 부추겼다.

이 대통령은 성급한 마음을 자제해야 하고 말을 신중히 가려서 해야 한다. 말은 빵을 씹듯이 꼭꼭 씹어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서 가벼운 임기응변의 말 보다는 무겁고 믿음직한 말을 원한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