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보상 자연보호’의 4월 달
‘연차보상 자연보호’의 4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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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4-21 11:02
  • 승인 2009.04.21 11:02
  • 호수 782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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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수사진행과정에 대한 기사를 접할수록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선명해지는 것 같다. 역겨움과 분노가 밀려온다.

지금 세상 관심은 온통 인터넷상의 고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모 유력 일간지의 사주 쪽과 재계거물 관계에 쏠려있다. 한편으로는 추잡한 스캔들 이상의 거대한 그 무엇이 이면에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커진다. 단지 ‘성(性) 스캔들’ 따위를 감추기 위해서 경찰이 저처럼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들이다.

어떤 언론은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연차보상 자연보호’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썼다. ‘연차’는 박연차 회장을 일컫는 말로 “죽고 싶지 않으면 말 들어라, 보상은 충분히 해줄 테니”라는 뜻이란다. ‘자연보호’는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금융계의 거물’이 누구냐는 것과 그 자리에서 이루어졌을 ‘로비’ 내용이 무엇이었느냐는 점이다.

만약 이대로 장자연씨 자살 사건이 세상 관심과 멀어지게 되면 장자연 리스트는 우리 연예계에서 정말 흔하디흔한 그렇고 그런 스캔들 정도로 묻혀 버릴 공산이 크다. 이는 ‘고 장자연 사건수사’ 과정에 드러나게 될 인물들의 하나같은 바람일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지는 벌써 달포나 지났다. 그럼에도 우린 아직까지 협박과 강요로 성 접대를 시켰다는 기획사 대표라는 사람과 성 접대를 받은 4명의 저명인사가 조사받은 기사를 읽지 못했다. 분명한 증인도 있고 움직이지 못할 물증도 있다는데 말이다. 국회에서까지 이 문제를 질타하고 나섰음에도 경찰은 ‘복지부동’을 견지하고 있음이다.

경찰이 ‘성’ 접대 같은 반인륜적 범죄에 늑장을 부리는 이유가 정말 경찰 최고위층 말대로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관념에서 일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은 경찰이 힘 있는 자를 봐주는 정황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이다.

지난주 월요일자 조선일보는 ‘조선일보의 명예와 도덕성의 문제’ 제하의 자사 김대중 고문 칼럼을 실었다. 그는 “어느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 할 위치에 있는 인사가 그 직책과 영향력을 이용해 그 영향력 앞에 무력한 사람을 농락 했다면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엄중한 벌을 받거나 사안의 정도에 따라 그 사회로부터 매장 당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반대로 그런 위치에 있다는 것을 기화로 전혀 근거 없는 모략과 모함을 당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용납할 수없는 일이다”고 썼다.

이어서 그는 장자연씨 ‘문건’이란 것에는 아무런 정황이나 구체성 없이 조선일보의 한 고위인사가 온당치 않은 일에 연루된 것처럼 기술돼 있다는데, 그것은 단지 그 특정인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라는 신문 그 자체의 존재가치에 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까지 했다. 그래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경찰이 빠른 시일 안에 사실 여부를 명쾌히 가려줄 것으로 기대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경찰은 무엇 하나 밝혀낸 것이 없다고 공박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는 동안 조선일보 인사에 관한 루머는 퍼질 대로 퍼져 이제 정설처럼 돼버린 형국이다. 경찰은 이 사건에서 뭘 보호(?)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 못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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