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닮는 북한
옛 ‘소련’ 닮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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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4-14 11:16
  • 승인 2009.04.14 11:16
  • 호수 781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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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당국에 의하면 북한이 그동안 핵 개발, 미사일 개발에 쏟아 부은 비용이 약 26억 달러로 추정 된다고 했다. 이번 로켓 발사에 든 비용은 3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3억 달러는 작년 여름 때 기준으로 하면 쌀 1백만 톤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그만한 쌀더미면 북한 주민들이 1년 동안 식량난을 겪지 않아도 될 물량이다. 더욱이 옥수수나 잡곡 등을 섞으면 몇 년간의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햇볕정책이 시작된 1998년 이후 10년간 북한에 지원한 곡물 및 생필품을 포함한 현금 비용이 자그마치 40억 달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약 10억 달러로 추정되는 비공식 지원을 합치면 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엄청난 액수이면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에서 완전 벗어날 수 있는 돈 규모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배고픈 현실이다. ‘햇볕정책’의 미명아래 쏟아 부은 돈의 행방이 확연해지는 대목이다. 김정일이 이처럼 세계여론을 무시하고 북한 주민들을 굶기면서까지 인공위성 발사극을 벌이는 이유는 자명하다. 흔들리는 북한체제를 옹호하려는 강공책이다.

김정일에게는 옛 소련이 망한데 대한 교훈조차 없다. 소련이 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의 과다한 군비 경쟁을 위해 국내 경제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이번 북한 로켓 발사가 지금 당장에는 김정일의 정권유지에 틀림없이 힘을 보태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군사적 결속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켓 발사 같은 저주의 불꽃놀이로 ‘카리스마’를 유지시키기에는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이 한계를 벗어난 실정이다.

어느 탈북자는 오히려 김정일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계속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북한이 빨리 망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정일은 김대중과 노무현이 보낸 돈을 혁명자금으로 분류하여 노동당과 군부에 나눠줬다고 한다. 나머지는 당시 좌파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국정원이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 구좌로 송금시켰다는 증언이 금융인 출신 탈북자 입에서 나왔다.

이렇게 10년간이나 좋은 세월을 계속 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갑자기 돈 줄이 끊기다 시피 하니 북한 당국이 환장 할 만 할 것이다. 환장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법이다. 이제 또 미사일 카드를 북한이 적극 활용하려 들 것이 분명하다. 미사일로 우리와 미국을 압박하면서 핵 군축회담, 한미 군사훈련 중지 등을 강요하는 수법을 쓸 것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더 강력하고 구체적인 한미 공조방안 뿐이다. 북한이 오판할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함이다. 병행해서 중국 설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식목일 기념식수를 하면서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중한 대응 기조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열린 자세로 인내와 일관성을 갖고 북한의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정일 북한이 옛 소련 모습과 닮고 있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한다. 개꼬리 3년 묻어도 황모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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