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문화가 허영·허풍·허욕·허세로 변질된 까닭
골프 문화가 허영·허풍·허욕·허세로 변질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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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4-07 15:16
  • 승인 2009.04.07 15:16
  • 호수 780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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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 20명이 근무시간에 상습적으로 골프를 친 죄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구속되었다. 작년에도 골프를 치기 위한 근무이탈로 11명이 구속되었다. 우리나라의 일부 골퍼들은 쇠고랑 찰 것을 각오하고 덤벼들 정도로 골프 중독증에 걸려있다.

국가의 녹을 먹으면서 근무시간에 골프나 치러다니는 중독증상은 군인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소속 의원 9명은 지난 1월초 폭력국회가 끝나고 다시 회기가 시작되었는데도 부부동반해서 태국 방콕으로 나가 골프를 즐겼다. 그들의 골프 유람에 분개한 국민들은 “매일 싸우다 그 틈새에 해외 골프까지 나가냐”고 질타하였다.

한나라당도 똑같다. 2006년 9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 3명은 피감기관인 해군 소속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가 적발되었다. 그들은 당 윤리위에 회부돼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야 했다.

경찰도 예외는 아니다. 경찰 간부들도 지방에 내려가면 골프를 친다는다는데서 강희락 경찰총장이 지난 3월 하순 골프 금족령을 내려야 할 정도이다.

골프에 빠져들기는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남녀노소 할것 없이 경제적으로 넉넉지도 못한 형편에 골프백을 자랑스럽게 둘러 메고 골프장으로 나간다.

한국의 골프장 이용료(그린피)는 외국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싸다. 작년 9월 기준 미국 뉴욕 60달러, 홍콩 79달러, 중국 베이징 116달러, 일본 도쿄 160달러인데 비해, 한국 수도권의 그린피는 226달러나 된다.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소득은 미국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국민 소득수준으로 환산해보면, 미국 그린피 보다 8배나 높은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골프장도 많지않은데다가 골퍼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주말 예약(부킹)은 하늘에서 별 따기다. 그러다보니 주말 부킹에는 뇌물이 오간다. 몇 년전 성수기 때 골프장 간부가 주말 부킹권을 250만원을 받고 팔아넘겼다가 쇠고랑을 찬 일도 있다. 2007년 국내 골프장 이용객은 2238만명으로 2조7825억원을 지불했다. 해외로 나간 골퍼는 114만명에 항공료와 체류비를 포함 2조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민들은 골프에 빠져 마치 상습 노름꾼 처럼 돈과 기력 그리고 시간을 탕진한다. 상점에 가서는 200원을 따지는 주부도 그린피로 20여만원을 선뜻 퍼준다. 허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그린피가 싼데도 골프장에는 정년퇴직한 노인들과 할 일 없는 한량들이 대부분이다. 주말 골프장에도 공장 근로자나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많다. 중책을 맡아 바쁜 사람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골프에 극성맞게 나서는 까닭은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골프를 쳐야 남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허욕의 발산이다. 둘째, 부자 행세를 하려는 허영의 발로이다. 셋째, 귀족된 기분을 내려는 허풍의 부산물이다. 넷째, 골프 핸디를 낮춰 실력을 자랑하려는 허세에 연유한다. 우리나라 골퍼들 중에는 허영·허풍·허욕·허세의 4H(허) 골프 중독증에 걸린 경우가 적지않다.

골퍼들중에는 시간적 여유속에 건강을 위해 골프장 푸른 잔디로 나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사회적 여건에서 골프백을 든 사람들중에는 4H의 허세에 들뜬 사람들이 많다.

군인은 무단이탈하고 일반인은 맡겨진 책무를 유기한다. 한나절 놀음에 20여만원이나 탕진한다. 우리의 골프 문화도 선진국 처럼 건전해지려면 골퍼들이 4H의 허세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리고 그 엄청난 돈과 시간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건지 곰곰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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