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취임 직후인 작년 4월6일 청와대로 누구 보다도 먼저 환경미화원 196명을 초청하였다. 그는 그들에게 “환경미화원 출신이 대통령이 됐으니 위축되지 말고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미화원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는 작년 12월4일 새벽 4시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아갔다. 그는 초겨울 차가운 새벽 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무시래기를 파는 70대의 박부자 할머니를 보고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박 할머니의 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으며 하루 수입을 물었다. 박 할머니는 감격해 울먹이며 “2만원 정도고 많이 팔면 3만원 정도”라고 답하였다.
이 대통령은 박 할머니가 연방 눈물을 흘리자 자신도 함께 눈물을 떨구었다. 그는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박 할머니 목에 둘러주었다. 20년 즐겨 매던 애장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5일 경기 안양시의 보건복지종합상담센터를 방문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일전 자신에게 자기 어머니의 힘든 생활고 사연을 적어 보낸 11세 김 모 소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는 김양을 격려한 뒤 김양의 어머니와도 통화하였다. 그는 “똑똑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긴급한대로 지원하고 일자리도 찾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 대통령은 어릴적 가난을 되새기며 불우한 사람의 처지에 따뜻한 마음을 준다. 그의 뜨거운 눈물은 낙오된 계층에게 마음속 깊이 따뜻한 온정을 베푼다는데 의미가 크고, 그가 정서적으로 “따뜻한 보수주의”임을 엿보게 한다.
이 대통령은 작년 4월30일 자신의 보수노선에 대한 신념을 토로하였다. 그는 “일각에서 현 정부가 일부 부자를 위한 정부라고 비판하지만....약자,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위해 일 할 것이며 그게 선진화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약자“에 대한 개인적인 온정은 진보를 자처하며 소외계층을 위한다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보다 진솔한 것 같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지원은 대통령의 온정만으로 충분치 않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장치는 자유시장 경쟁 원리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쉽지않은 과제다.
우리나라 법치의 문제점은 이 대통령 말대로 “따뜻한 법치”의 결여에 있지않다. 도리어 따뜻한 정감에 호소하는 정서법과 막가는 떼법에 압도돼 “엄격한 법치”가 실종된데 있다.
“엄격한 법치” 부재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폭력이 판을 치고, 도심 거리는 불법·폭력 시위로 살벌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취임 2년차에 무게를 둬야 할 국정은 “따뜻한 법치“ 보다는 ”엄격한 법치”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따뜻한 보수주의”를 펼쳐 박부자 할머니 같이 춥고 소외된 계층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어줄수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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