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두 패자 정당들의 승자에 대한 태도는 크게 상반된다. 한국의 민주당은 대선에서 참패했으면서도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승자의 정책집행을 사사건건 가로막고 나선다. 승자를 적대시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에 반해 미국의 공화당은 패배를 깨끗이 수용하고 정책 사안별로 협력할 것은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의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작년 10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사기극”에 의한 것이었다고 했다. 2대1로 표를 몰아준 국민을 모독한 망언이었다.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에 의한 “과거 정부 역할을 부정하는 법안”들에 대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 할 것”이라고 지난 9월 선언하였다. 국민의 표심을 모멸하는 반민주적 언동이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지 불과 2개여월만에 촉발된 서울 시청앞 광장의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불법*폭력 촛불시위에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이어 이 당은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을 깨기위해 국회 상임위원회의실 문짝을 쇠망치 등으로 때려부수고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 등 국회를 난장판으로 뒤집어 놓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 당은 2월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폭력살인진압(용산 참사) 규탄및 MB 악법 저지 국민대회”에 나섰다. 이 대회는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를 주도했던 반정부단체들이 주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공화당은 전혀 달르다. 공화당은 권력을 잃었지만 패자로서 다수결 원칙에 따라 민주당에 승복한다. 존 메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작년 11월 패배 인정 연설에서 “오바마 당선인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헤치고 이끌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 해 그를 도울 것을 약속”했다. 그는 공화당원들에겐 “열과 성을 다해 차기 대통령을 도와야 합니다.”고 호소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20일 취임하자마자 지난 8년의 공화당 정부 노선을 뒤집는 정책들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47%대 53%로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의 표심에 충실하기 위한 기존 정책 뒤집기이다.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내 테러 용의자 수감시설 1년내 폐지, 중앙정보국(CIA)에 의한 해외 구금시설 운용 금지, 819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법안 하원 통과, 등을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였다.
그렇지만 미국의 공화당은 민주당이 “사기극”으로 정권을 잡았다며 대들지 않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저지 할 것”이라며 쇠망치를 휘둘러 국회 기물들을 때려부수지 않았다. 미국 야당은 다수결 원칙에 따라 모든 결정을 받아들일 따름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이다.
미국의 야당은 집권여당의 정책방향을 못마땅히 여기면서도 국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 거기에 반해 한국의 민주당은 불과 82 국회의석으로 171석의 한나라당 법안 처리를 육탄으로 막으며 깽판친다. 반미주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는 2월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천연덕스럽게도 “이명박 정부 1년만에 헌법정신이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적반하장이다. “헌법정신 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의회 무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폭력에 의한 다수결 원칙 유린에 있다. 민주당은 진정한 “헌법정신”존중과 민주주의를 미국 야당에게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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