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독한 경제난에 국민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어렵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소리가 온 누리로 메아리친다. 수많은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가 IMF 경제위기 때보다 배는 된다는 분석이다. 이럴 때 진보세력을 자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단체로 해외에 나가 골프를 쳐서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들끼리 생각키로는 한두 번 있은 골프 말썽도 아닐 텐데 갑자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른다. 그만큼 가진 세계의 해외 원정 골프는 보편화돼있는 나라 추세인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들 국회의원들의 정신세계이다. 그들 마음속에 대관절 무엇이 들어있겠느냐는 점이다. 6년 전 우리는 김대중 정권 5년간에 대한 냉소감을 억누르고 뜨거운 가슴으로 노무현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
승리감에 도취한 노무현 신 정권이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좌파 차별을 시도하면서 내놓은 청렴논리가 아주 걸작이었다. 선거 때 기업으로부터 불법으로 돈 받은 것이 한나라당의 ‘십분의 일’정도 밖에 안 된다는 어리광 논리였다. 우스꽝스럽게도 이런 같잖은 논리가 먹혀들어서 국민들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사실은 두고두고 역사에 풍자 될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일이 국민이 잘못한 것이라고 역사에 평할 사람은 단연 없을 줄 안다. 왜냐하면 푸대접 속에 설움 곱씹으며 몸을 세운 사람이 한번 서민들 위해서 일해 보라는 유권자 명령이었었음을 모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통령을 만들어준 민주당을 배반하면서까지 스스로 청렴하다며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부터 우린 그와 추종세력들을 알아 봤어야 했다. 그들 말장난 속에 숨어있던 욕심을 제대로 읽었으면 타락한 ‘진보’의 정체를 확연히 알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언제나 진보가 보수와 다를 수 있는 것은 청렴성과 도덕적 우위 관점이다. 진보가 그걸 버리면 무엇도 아니다. 문제 일으킨 민주당 의원들 정신 속에 서민들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 같은 시기에 해외 나가 골프 칠 생각 언감생심 못 가졌을 터다.
“진보가 배운 짓이 고작 교묘한 말재주와 선동하고 부수는 일이냐”는 비난의 소리를 바로 듣고 자숙치 않으면 진보는 죽어야 한다. 온갖 폭력으로 국회를 쑥대밭 만들어놓고 떠난 해외여행이었다. 그것만으로 눈 흘길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골프 칠 생각을 가졌다니 ‘희망 없는 진보’ ‘타락한 진보’로 비난 받아 싸다.
더욱 이번 골프 외유를 주도한 아홉 명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50대 초반의 재선급 의원들로서 지난 4.9 총선 이후 구성된 ‘10인회’ 소속이라고 한다. 이는 아직 정치 감각 부족한 초선의원들만도 못하다는 말이 된다. 사정이 이러하면 앞으로 민주당의 격랑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도덕과 청렴의 탈을 써서 국민을 속였던 진보세력의 실체가 있는 대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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