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가 매케인에게서 배워야할 “큰 모습”
박근혜 전 대표가 매케인에게서 배워야할 “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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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1-14 16:20
  • 승인 2009.01.14 16:20
  • 호수 768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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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연말 연초의 국회 폭력 사태와 관련해 가해자 아닌 피해자인 한나라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당연히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국회 폭거를 나무랄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의 잘못된 법안들과 지도력이 야당의 난동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5일 열린 당의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6개월 만에 모처럼 참석하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나라당의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서 국회를 잘못 이끌어 간 것도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그밖에도 그는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통합을 위해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 앞에 ‘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박 전 대표의 한나라당 때리기는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내용을 담고있다. 평상시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감을 깎아내렸고 “큰 모습”아닌 작은 모습이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법안을 “국민에게 고통과 실망”을 안겨준 것이라고 비판함으로써 야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시기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쟁점법안들을 놓고 대치중이었다는데서 박 전 대표의 야당 두둔은 한나라당의 협상 입장을 불리하게 만들었다.

박 전 대표가 발언한 장소는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였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측은 그가 야당들의 폭력에 맞서는 당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따뜻한 발언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이 국회를 잘못 이끌었느니, 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느니하며 때렸다. 장소를 잘못 선택한 적전분열의 발언이었다.

물론 한나라당이 웰빙당으로서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국회가 난장판으로 뒤집힌 국면에서 야당들의 폭거를 정면으로 비판했어야 옳았다. 그렇지만 그는 야당 대신 한나라당을 치고 나섬으로써 전쟁중 총부리를 우군에게 돌렸다. 그의 발언은 적을 이롭게 도와준 잘못된 내용을 담았다.

박 전 대표가 적전분열을 각오하고 한나라당의 집행부를 곤혹스럽게 몰아붙인데는 필시 까닭이 있다. 아직도 그가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반감과 이명박 계열 주류의 독단에 대한 불만을 삭이지 못한데 연유한 것 같다.

그밖에도 그는 차기 대선을 의식,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난투극에서 초연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개인적 인기관리를 계산한듯 싶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 의회민주주의를 먼저 생각하는 “큰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민의의 전당이 소수 야당의 폭력에 지배되는 것만은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표출시켰어야 했다. 그것이 의회민주주의와 나라를 위한 길이다.

박 전 대표는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넓디넓은 도량을 배워야 한다. 매케인은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 패하였다. 그러나 그는 패배 인정 연설을 통해 오바마의 “능력과 인내를 존경”한다며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어 그는 “조국은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나의 모든 역량을 쏟아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을 헤쳐나가는데 오바마 당선인을 도울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하였다.

박 전 대표도 소수 폭력세력에 의해 의회가 점거돼 조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당원으로서 여기에 맞선 한나라당을 도울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대신 한나라당을 물어뜯었다. 박 전 대표는 매케인에게서 “큰 모습”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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