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연말의 대한민국
2008년 연말의 대한민국
  •  기자
  • 입력 2008-12-30 09:25
  • 승인 2008.12.30 09:25
  • 호수 766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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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의 우리 대한민국은 좌파 10년 정권을 바꾼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컸었다. 그러면서 시대가 바뀐데 대한 반작용이 한참은 있게 될 것이란 우려를 자아냈던 게 사실이다.

온갖 새들이 날아들어 온갖 새소리를 다 내는 숲속은 평화롭기가 이른데 없지만, 별별 사람소리 나는 곳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사람 사는 사회는 서로 마음 안 맞고 뜻 안 맞으면 충돌하고 깨지는 소리로 진동하기 마련이다. 싸우면서 건설한다는 말은 적과 대치하면서 생산하고 발전한다는 뜻이다. 서로 국민을 팔면서 패거리 입맛만 위해 정치판을 깽판으로 만든다는 뜻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2008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나라 모양이 어떠한가. 이미 권력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 집권세력의 충혈 된 눈이 연말연시를 가리지 않는다. 국회 권력까지 장악하고 있는 이 정권의 각오가 전에 없이 비장해 보이는 연말 정국이다. 이 겨울에 불어 닥쳤던 공직사회의 1급 물갈이 한파는 전 공무원 세계를 얼어붙게 작용했다. 공기업 등에 입향순속(入鄕循俗)이란 말이 회자됐다. 그 고장에 가서는 그 고장의 풍속을 따르라는 말이다. 이는 ‘부귀에 처하여서는 부귀를 행하고,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을 행하고, 오랑캐에 처하여는 오랑캐에서 행하고, 환란에 처하여는 환란을 행한다’는 중용(中庸)의 뜻과 다르지 않다.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인들은 오늘 노(魯)나라의 백성이었다가 내일 초(楚)나라의 백성일수가 있었을 테니 ‘입향순속’이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공직풍토가 이런 정신으로 있으면 나라 장래가 암담하다. 행정을 감시할 연말 국회는 민주당의 농성장이 돼버렸다. 해방 후 좌우익 싸움을 연상케 하는 무도한 폭력과 파괴가 의정단상에서 버젓하게 일어났다. 민주당 대표단은 몇 일전 한나라당의 대화 제의에 대해 ‘법안 강행 통과를 위한 명분 쌓기 용 대화’라고 거부하고 “현 국회 파행이 대통령의 강공 지시에서 시작됐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대화의 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이 사과할리도 없겠지만 사과할 만한 명분 또한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대화 제의가 의미를 찾지 못했다. 대화 성과가 없으면 114개나 되는 법안을 단독처리 할 수밖에 없다는 한나라당의 으름장이 현실화 될 공산이 크다. 원시적인 국회 폭력사태를 우리가 또 한번 지켜 볼 판이다. ‘해머’가 등장하고 ‘전기톱’에 ‘소화기’가 동원되는 국회 난장판을 국민이 또 보게 되면 이번에는 국민이 그냥 못 있을 차례다.

국민에게 버림받은 정치로 제도의 성공을 가져오지 못한다. 국민이 돌아선 마당에 개혁이 또 무슨 소용 있겠는가. 지금 국민들 눈엔 여당이 옳고, 야당이 옳고가 필요치 않다. 다만 어렵고 힘든 경제난의 끝이 어디인지가 못내 걱정되고 불안할 따름이다. 조폭세계를 방불케 하는 국회를 국가 미래를 여는 전당으로 말할 낯 두꺼운 선량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나라 안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정황들이 너무 절망스럽다. 무엇보다 2008년 연말을 맞는 대한민국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준비를 했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2009년 새아침 해맞이 하는 마음만은 부자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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