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관광객들을 모아놓고 현실정치에 개입해서 언론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묘한 태도로 태클을 거는 모습이 선동정치의 달인답게 보였다. 퇴임 후에까지 기개가 넘쳐나 전직 대통령의 당당함이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는 크게 달랐다. 그런 것이 ‘봉하궁’의 ‘봉하대군’ 노건평씨가 권력형 비리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노건평씨가 누구인가, 노 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힘없는 시골 노인에게 서울대 나오고 출세한 사람이 돈 주고 머리 조아리는 짓 안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모멸감을 못 이겨 자살토록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이번 사건 조사 받을 때까지 “꿈속에서도 돈 받은 일 없다”고 했었다. “형은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던 노 전 대통령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일 아닌가.
그런데도 봉하궁의 궁주(宮主)는 ‘형님대군’의 비리에 대해서 “동생의 도리로서 사과할 수 없다”는 해괴한 말로 대국민 사과를 거절하고 나섰다. 얼마 전까지 국가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전직 대통령의 초라한 자세였다. 도덕정권을 자랑했던 사람의 도덕불감증과 후안무치함이 이 정도다.
형인 노건평씨가 권력형 비리를 저질 수 있도록 엄호한 배경은 말하나 마나 동생인 대통령이었다. 곁에 대통령 동생이 없었다면 그는 정말 별 볼일 없는 말마따나 ‘힘없는 시골노인’에 불과했을 뿐이다. 노무현씨가 그 같은 사리를 더 잘 안다. 봉하마을에 내려가 큰 소리 치던 호기는 다 어디다 버리고 노무현씨의 헝클어진 인격과 도덕성의 해이함만 보이는지 안타깝다.
권력은 내어놓아 보아야 권력의 허무한 속성을 절감케 되는 것이다. 권력은 숱하게 공격당하고 또 공격해야만 하는 인간사회의 가장 치열한 전쟁 모델이다. 때문에 권력은 얼마 안지나 떨어질 수밖에 없는 유한한 날개다. 권력의 불패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30년을 지키겠다던 좌파권력이 10년 만에 떨어졌다.
깨끗하다고 큰 소리 쳤던 노무현씨 주변에서 권력형 비리가 감자줄기같이 드러나고 있다. ‘힘없는 시골노인’이 그 정도면 ‘힘센 청와대 젊은이들’은 어떠했겠느냐는 국민감정이 격해있다. 편향적 권력의 또 하나 속성은 언론을 싫어하는 것이었다. 기자실까지 폐쇄시키며 반 민주성을 반복했던 노무현씨는 언론과의 전쟁을 그의 혁명적 과제로 삼았다.
그는 기자들의 취재 공간을 제한함으로서 언론의 손발을 묶으려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권좌를 물러난 뒤에는 오히려 친노 언론의 도움으로 봉하궁에서 다시 거대한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현 정권의 심기가 몹시 불편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노무현 사람들은 허망한 권력의 노예가 되어 국가와 국민을 너무 괴롭혔다. 지금 그 사람들의 비리가 봇물 터진 듯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씨는 자숙하고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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