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솥단지’ 형상
한나라당의 ‘솥단지’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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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1-11 11:13
  • 승인 2008.11.11 11:13
  • 호수 759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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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 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던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 귀국설이 구체화 되고 있다. ‘단기 연수’로 돌아서는 이 전 의원이 ‘귀국명분’ 저울질에 분주하다고 한다. 그의 정권 내부적 비중이 큰 만큼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관심이 절정이다. 이 전 의원이 도피성외유를 떠난 뒤 한나라당 내 이재오 계는 사실상 와해된 상태였다. 한나라당의 ‘세력삼분지계’가 깨져 버린 것이다. 이 상황이 태평양 건너의 이재오 전 의원을 절통케 해서 어떠한 명분이라도 찾아 귀국을 서둘러야겠다는 결심을 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는 ‘이재오의 신 서유견문록’이란 책을 곧 출간 할 모양이다. 미국생활 4개월 만에 내는 책 내용에 무엇이 담길지는 큰 관심을 못 끌겠지만 ‘출판기념회’를 통한 귀국명분 쌓기는 꽤 수확을 이룰지 모른다. 돌아온 실세에게 줄서려는 인사들이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는 선거에 진 낯 뜨거움을 피해 있으면서 정권핵심층과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청와대의 의중만은 정확히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의원 숫자로는 당내 최대계파인 ‘재오파’가 원로 ‘형님파’에 밀리고 ‘소장파’와도 불협화음을 낸 이유는 이재오라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었다. 청와대와의 소통도 어려웠다. 그런 나머지 최근 박희태, 홍준표 라인의 불협화음이 청와대의 이재오 귀국방점을 서둘러 찍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청와대를 겨냥한 홍 원내대표의 돌출 발언으로 당의 일사불란한 지원을 받지 못한 청와대가 이재오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음직한 때문이다.

이런 연유의 청와대가 개입된 이재오 귀국은 한나라당 내 권력구조의 재편을 가져 올 것이 분명하다. ‘친이 직계’가 강한 결속으로 청와대의 측면지원을 받게 되면 이재오 전 의원의 사랑방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친이’ 직계들을 견제하는 ‘형님’과의 갈등이 표면화 할 수밖에 없다. ‘성공하는 대통령’에 대한 이 전 의원과 이상득 의원의 기준 부터가 다르다.

‘형님’ 이상득 의원이 지향하는 대통령의 성공은 ‘권력의 나눔과 포용’의 온건 쪽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이재오 전 의원의 시각은 ‘강한 권력의 완성’으로 가시적인 업적에 치중하는 강성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이는 후세에 탁월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맥이 통하는 것이다. 강한 권력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화합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신뢰와 존경받는 대통령으로서의 성공을 바라는 ‘형님’의 견제가 반드시 필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한 권력은 측근의 전횡으로 이어져서 필연적으로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은 국민 전체가 공감하는 바다. 문제는 또 있다. 지금까지는 친박 세력이 당내 친이계와 직접적으로 갈등현상을 나타낸 적은 없다. 그동안 원만해 보였던 관계가 이 전 의원의 귀국이 현실화 돼서 권력내부의 지각변동을 꾀하면 친박계의 행보가 크게 변화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 전 의원의 복귀로 상당기간동안 솥단지를 지탱하는 3 다리처럼 서로 견제하고 제휴하면서 세력의 균형을 유지하게 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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