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에 직격탄 맞은 한국인의 도덕성
쌀 직불금에 직격탄 맞은 한국인의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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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0-21 09:45
  • 승인 2008.10.21 09:45
  • 호수 756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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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10월14일 공개한 ‘쌀 소득보전 직접 지불제도’ 감사 결과는 한국인들의 망가진 도덕성을 다시금 떠 올린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직불금 수령자는 99만여명 이었다. 그런데 이들중 28만여명이 직접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농경인으로 속여 직불금을 타먹었다. 속임수로 직불금을 빼간 액수는 무려 1683억원에 달한다.

직불금제란 정부가 2005년 7월 새로 도입한 농민 보조금을 말한다. 쌀 수입 증대로 쌀값이 계속 떨어지자, 국내 벼농사 농민들에게 쌀값 하락분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주기 위한 제도이다.

이 직불제는 ‘논 농사에 종사하는 농업인’만 받도록 조건을 붙여놓았다. 농사는 짓지 않으면서 땅 값이 오르면 팔려고 사둔 외지 투기꾼들의 직불 챙기기를 막기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외지 농지 소유자가 교활하게도 직불금을 중간에서 가로챘다. 직불금의 평균 수령 액수는 2006년 기준으로 130여만원이다.

이 돈은 땅 주인에게는 한 여름 휴가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리 농민들에게는 쉽게 만져보기 힘든 큰 목돈이다. 땅 주인은 이 직불금을 자기 앞으로 빼돌렸다.

여름 내내 땡볕에서 땀 흘리며 노동한 대가의 일부를 외부 지주가 도둑질 한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 셈이다.

놀라운 사실은 직불금을 타간 농지 소유자들 중에는 고위 공직자들도 다수 포함되어있다는 것이다.

현직 차관이 들어 있는가 하면, 국회의원 네 명도 파악되었다. 그밖에도 공무원, 금융계, 전문직, 언론계, 회사원, 등 대당되지 않은 직종이 없다.

직불금을 타낸 사람들은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농사짓는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

대부분 그들은 마을 이장으로부터 ‘농지 이용 및 경작현황 확인서’를 받아 직불금을 빼냈다.

모든 사회 계층에 걸친 부정 직불제 타먹기 작태를 접하며 우리 국민의 일그러진 도덕성을 다시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경제발전으로 하루 세끼 밥걱정은 안해도 되고 레포츠나 즐길 만큼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도 여전히 거짓말하고 속이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1922년5월 춘원 이광수는 월간지 ‘개벽(開闢)’에 ’민족개조론(民族改造論)‘을 썼다.

춘원은 ’민족개조론‘에서 조선조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된 이유는 집권세력의 무능 못지않게 조선인들의 도덕적 타락에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는 조선인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국민성을 바로잡지 못하는 한 앞으로 독립도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하였다.

그는 조선인의 민족개조를 위해 고쳐야 할 도덕적인 문제점으로 10여 가지를 들었다. 그들 중 가장 먼저 올려놓은 대목이 거짓말과 거짓행위 이다. 이어 비사회적인 이기심, 신용결여, 표리부동, 등을 열거하였다. 춘원이 지적한 도덕적 타락 10여가지중 무려 네 대목이 기만적 속여먹기에 해당한다.

조선조가 망하던 19세기말 20세기 초 만해도 우리나라는 워낙 가난하였다. 그래서 더러는 먹고 살기위해 남을 속이는 타성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부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여만원을 타내기 위해 남을 속이고 국가를 속인다. 싹아지 없는 속성이다.

하루빨리 그 추한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선진국가들로부터 조롱거리 밖에 안된다. 이젠 돈벌기보다는 정직성 살리는 일이 더 급하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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