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개편안이 “특권층 위한 감세 정책”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힘이 실렸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당과 전적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터였다. 그런 한나라당이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 정부 뜻을 일단 수용하고나서 수정안을 만들겠다고 한다. 아주 시끄러울 전망이다.
개편안 발표 후 종부세에 대한 국민 반응은 크게 갈라졌다. 이명박 정부가 마침내 종부세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 전부를 뽑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반응이다. 실업급여도 못 받는 임시계약직 신세의 국민이 수두룩한데 종부세 개편은 딴 나라 딴 소리만 해대는 강부자 국회와 정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무조건 환영하는 쪽은 당장 주택분 종부세 부과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되면 면세대상이 되는 지난해 기준 60%의 과세 대상자들이다.
9억원이상의 주택을 가진 자들도 세율이 대폭 낮아져서 세부담 상한선이 300%에서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데다 과표 적용률도 80%로 동결된다. 그러면 부자들의 세금 납부액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다. 결국 힘없는 서민들 세금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불안이 없을 수 없다. 이런 서민불안은 주택분 종부세는 전국의 세대 가운데 불과 2%미만에 해당하는 부동산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라는 점에서다.
종부세가 부동산시장 안정에 도움 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그 결과로 2007년 종부세 과세 대상자 가운데 1만 5천여 가구가 제외된 것은 종부세의 투기수요 억제 효과임을 부인 못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코자 하는 것은 군사보호지역 대폭 완화와 함께 주택공급 확대정책과 하나의 정책패키지로 보는 것이 맞다.
MB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 의도는 분명하다. 그러려면 신규로 공급되는 주택을 매수할 여력이 있는 고소득 자산가들의 종부세 부담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심각하게 염려되는 것은 이 정부가 전 세계적 부동산 버블의 팽창과 붕괴가 빚어내는 가공스런 현상을 보면서도 아무런 교훈을 못 가지는 문제다.
즉 쏟아지는 공급물량을 수요가 받아주지 못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금융시스템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 될 수 있다. 또 대내외적 경제조건과 거시적 경제지표들이 호전돼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 가지의 경우 모두가 국민 경제를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 틀림없다.
때문에 종부세 폐지는 곧 부동산 대란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것이다. 더욱 서민들 가슴을 서늘케 하는 것은 종부세 대폭 완화에 따라 발생한 지방 교부세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일반 재산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공시지가 6억이나 되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 중산층이냐는 서민들 반문이 이어지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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