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충격 받는 일이 일어나면 금방 폭발 할 듯이 길길이 뛴다.
그러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식기 시작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흙먼지 가라앉는 것처럼 돼버린다. 특히 새로운 사건이 터지면 직전에 있은 일은 안개같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는, 어떻게 보면 아주 편한 사고를 지닌 우리 한국민들이다.
바로 지난해 말 좌파정권 교체를 열망해서 열화같이 끓어올랐던 우리 국민들이다. 그런 민심 맥류가 불과 6개월도 안 지나서 언제 그랬던 적 있었는가 싶게 흐름을 전혀 딴판으로 바꾼 양상이 신기할 정도다. 미국 쇠고기 문제를 기폭제로 전 국민이 새로 탄생한 보수정권을 다시 몰아내자는 결의라도 한 것 같은 극히 불안한 정국이 이어졌었다. 촛불이 법치를 삼켜버린 무법의 촛불천지가 도래했던 것이다.
좌파정권 10년 동안의 만 가지 책임은 어느새 간곳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새 정권 후 오히려 깊어진 경제적 어려움, 일본의 독도 시비, 북한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민주노총 파업주도, 국회 공전 등등 국민 불안이 극에 달한 마당이다. 이런 모든 나라 어려움이 신생 이명박 정권의 무능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은 국민들을 열나게 만든 것이다. 국민들 펄펄 끓는 소리 중에는 ‘노무현이 그립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처럼 상황이 힘들다. 이명박 정권이 지난 정권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인수한 정권이라는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민심이다. 이를 기화로 새 정권의 실수에 대한 전 좌파정권의 책임 전가는 비열할 만큼 후안무치 적이다. 대일 외교노선에 일본 눈치 보기 외교를 편 것은 김대중 정권 때 부터였음을 국민이 모르지 않을뿐더러 그동안 북한의 간을 키운 사람이 또 누구 누구였는지는 이 땅의 삼척동자도 다 안다.
독도에 부두시설을 해놓고 준공식을 일본 눈치 보느라 울릉도에서 간단히 치르고 우익단체의 독도 접근을 아예 차단했던 지난 정권이 이 정권의 대일 굴욕외교를 질타하는 뻔뻔함이 너무 놀랍다. 좌파세력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데는 다분히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 좌파정권 10년 동안 정권의 ‘당근’에 의해 뻗어난 무수한 좌파 단체들이 오늘 더 없는 저들 효자군으로 자라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좌파정권 10년 동안 온 국가 조직에 파고 든 좌파의 뿌리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단단하게 박힌 것 같다. 이 대목이 북한을 오만토록 한 확실한 이유다.
좌파적 두 전직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돈 갖다 바치는 남북합의를 지속적으로 가졌었다. 지금 그 합의를 이명박 정권이 성실히 지키지 않으려한다고 북한이 저모양이다.
그렇게 깽판을 쳐도 남한 쪽에 뿌리내린 좌파세력이 내부 비호를 할 것이란 기대가 북한 쪽에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수 국민들은 이 정권이 단호하기를 바란다. 북한의 못된 버릇을 고치기전에는 한 푼의 대북 지원도 끊어서 저들이 간 큰 오판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게다. 이제 더는 구더기 키우려고 장 담그는 어리석음은 그만두는 게 옳다.
우린 무슨 수를 써서든지 ‘지난 10년’ 무게에 깔려서는 안 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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