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은 북극의 툰드라 지역에서 서식하는 쥐의 일종이다. 레밍은 이동할 때 무조건 앞장선 놈을 따라간다. 선두 레밍이 벼랑 끝 바다로 떨어져 죽어도 뒤쫓던 놈들은 그저 신나게 따라가 변을 당하고 만다.
레밍의 속성처럼 한국인들은 누가 한다면 조르르 따라가는 성향이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높다. 레밍 근성은 광우병 촛불시위에서도 드러났다.
광우병이 일부 왜곡 과장돼 보도되자, 실제 위험 여부를 살펴보기도 전에 쇠고기 먹기를 거부한 사람들이 많았다.
촛불시위의 성격을 곰곰이 따져보기도 전에 남들 하는 대로 덩달아 촛불을 들고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 몰려간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 중에는 레밍 근성을 거부하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밀고 가는 소신파들도 있다. 그들 중 조일현, 김명자, 이영생 씨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 소속의 조일현 의원은 강원도 홍천·횡성 지역구 출신이었다.
그는 지역구 농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쌀 수입 개방을 무조건 반대하는데 누구보다도 앞장설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쌀 수입 개방을 반대하지 않고 도리어 지지하고 나섰다.
2005년 11월 국회에서 쌀 관세 유예 비준안을 놓고 찬반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을 때였다. 단상은 살기등등한 농촌 지역 출신 의원들에 의해 점령되어 있었다.
발언에 나선 조 의원은 마이크를 사용할 수 없게되자 육성으로 쌀 수입개방 지지 연설을 했다. 그의 황소같은 듬직성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지난 5월 통합민주당의 김명자 의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일어섰다. 통합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를 거부키로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 당 소속 의원이면서도 FTA를 17대 국회 임기 내에 비준해야 한다고 당당히 주장했다. 그녀는 “국가 과제를 다룰 때는 국가 전체의 장래를 보는 큰 안목이 필요하다”며 FTA를 비준할 것을 통합민주당 의원들에게 거듭 촉구하였다.
김 의원은 통합민주당의 남성 의원들도 망설이던 FTA 비준동의를 용기있게 앞장서서 역설하였다. 그녀는 통합민주당의 유일한 여자였다.
서울의 경기상고 이영생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이면서도 미국 쇠고기 수입을 거부하는 촛불시위를 반대했다.
전교조 측은 ‘미친소 너나 먹어라’ 글이 적힌 배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촛불집회를 위해 ‘학교를 넘어 거리로 모이자’는 유인물을 학교주변에 뿌리기도 했다. ‘광우병을 유발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계기(契機) 수업’을 하라고 조합원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영생 교사는 경기상고 학생들에게 국가 경제를 위해선 미국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도 40억분의 1에 불과하다며 논리적이면서도과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성을 잃은 광풍에 휩쓸리기를 거부했고 분명히 지식인으로서 양심과 소신을 지킨 참 교육자다. 그는 교사들이 존경해야 할 이 시대의 사표이다.
대한민국에는 레밍이기를 거부하는 조일현·김명자·이영생 같은 작은 거인들이 버티고 있기에 벼랑 끝 바다로 떨어져 변을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장래는 결코 어둡지 않으며 밝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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