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무게에 짓눌린 박근혜 고민
세월 무게에 짓눌린 박근혜 고민
  •  기자
  • 입력 2008-07-15 11:21
  • 승인 2008.07.15 11:21
  • 호수 742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말 시한 발표 뒤 ‘친박복당’문제에 관한 박근혜의 침묵이 새 당대표 선출 7일 만에 최상급 성과를 이끌어 냈다. 당선자 뿐 아니라 낙천자 낙선자들에 이르도록 사실상의 일괄 복당을 한나라당 지도부가 조율한 상황에서도 박근혜 의원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었다.

촛불시위가 절정으로 치닫을 때 많은 국민들이 박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을 주목해서 봤다.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는 박근혜 책임총리 불가피론으로 확산돼 갔다. 그럼에도 그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시중에는 ‘서청원과 홍사덕을 다 지키겠다’는 박근혜 특유의 침묵 정치라는 평가가 있었다.

말하자면 서청원 의원과 홍사덕 의원 모두를 복당시켜야 당과 청와대의 진정성을 믿겠다는 시위로 본 것이다.

겨우 통(通)한 성적표가 단서를 뗀 ‘친박 일괄 복당’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의원이 느끼는 앞으로 4년 7개월여 세월의 무게는 엄청나게 클 것이다. 지지율 20%대 아래로 추락한 이명박 정권의 권력 누수현상이 집권 말기에 온 것이라면 박 전 대표의 운신 폭은 확실히 넓을 수 있다. 현재 사태가 집권 5개월도 안된 정권 초반 상황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박 전 대표는 정국 흐름에 간여하는 어떤 결정도 피하려 할 것이
다.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습니다”고 말한 대목에서 보듯이 과거 이명박 대선 후보와 한나라당의 진정성 관계는 ‘정권교체’의 지상과제에 파묻혀버린 여건이었다. 정작 정권 교체 후는 100일 안 돼 이 정권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들까지 이명박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이 대통령을 향해 ‘민심의 바다’로 온 몸을 내던질 것을 침묵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그런 마음을 가져준다면 자신 또한 모든 의심을 버리고 가슴으로 돕겠다는 결의일 것 같다. 그러려면 적어도 ‘친박복당’ 문제의 완전 타결은 물론 ‘쇠고기 수입고시’ 연기와 ‘한반도 대운하’ 완전 폐기가 전제됐다. 그 정도 명분 없이 섣불리 돕고 나섰다간 또 바보 될 수 있다는 고려가 틀림없이 작용할 것이다. 잘못하다간 정치력을 크게 손상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없지 않을 것이다.

이 땅 보수 세력 입장에서 볼 때 박근혜는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때문에 보수 인사들은 박근혜가 좀 더 정국 추이를 지켜 볼 것을 권고 할는지 모른다. 현재 추세로는 국보급 구원투수의 힘만으로 판세를 어쩌지 못한다는 분석이 앞설 테니 말이다. 뚜렷이 이길 카드 없이 그라운드로 나서서 한판 승부를 벌이기엔 이 정권의 4년 7개월이 너무 길다. 세월 무게에 짓눌릴 만하다.

그러나 박근혜에게는 노무현의 반면교사가 있다. 김대중 정권이 많은 욕을 먹고도 노무현 정권은 재창출 됐다. 노무현은 김대중 정권의 장관을 그만두고 비주류로 자리매김 했었다. 그 덕에 이인제 한화갑 등 주류층을 싸잡아 공격해서 경선국면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아예 비주류의 싹을 잘라 버려서 당내에 이회창을 대신할 지도자를 키우지 못했다. 10년 야당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원죄다. 본래 정치행위는 경쟁이 있을 때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가 먼 세월 무게에 짓눌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일 것이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