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말을 할 때다
‘박근혜’가 말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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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6-24 09:46
  • 승인 2008.06.24 09:46
  • 호수 739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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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너무 시끄럽고 어지럽다. 나라가 시끄럽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불만이 크고 국론이 헝클어져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나라가 어지럽다는 것은 법치가 바로 서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이를 난국으로 표현한다. 이런 난국을 수습하는 방법이 몹시 어렵게 보이지만 그 이치는 간단한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국민 불만요소를 크게 줄이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법정신을 뚜렷이 하면 나라의 시끄럽고 어지러움은 반드시 가라앉게 돼있다.

그러기 위해 통치자의 뛰어난 지도력이 절박하게 필요하다. 더는 국가 에너지를 소진 시키면 이 나라는 존망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기 위해 위정 세력이 온통 마음을 비우는 일은 역시 중대한 과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신망 있는 정치 지도자의 과단성 있는 행동일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늦었지만 새 전투복 차림으로 국민위해 표연히 나서야 한다. 나서서 무슨 짓이든, 무슨 말이든 해야 된다. 많든 적든 국민들이 아스팔트 위로 나서는 상황을 박 전 대표가 끝까지 좌시 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속한다. 촛불 열기가 거세질 무렵 정가에는 박 전 대표의 국무총리 기용설이 매우 심도 있게 퍼졌었다. 청와대도 모르고 본인도 모르는 박근혜 총리설이 구체화 된 까닭을 양쪽 모두 그저 모르는 일로 말할게 못된다.

박 전 대표가 뭔가 나서 주기를 바라는 민심의 맥류(脈流)를 살펴야 한다. 총대 매고 못나서면 그가 입이라도 열어야 했다. 밤마다 광화문 일대를 장악한 촛불 세력에 대해 일언반구도 않은 박근혜 처신은 그가 말한 정도와는 크게 거리가 느껴졌다. 지금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최대 관심사가 친박 세력의 복당 문제나 7월 전당대회가 돼서는 스스로의 정치 자산을 훼손시키는 길이다.

국민이 어려울 때 정치인 박근혜를 주목하는 것은 나라에 큰 어른이 안 보이는 연유다. 나라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협력하겠다던 그였다. 그런 사람이 나라의 앞이 안 보일 때 나서지 않는 것은 민심 배반에 가깝다. 설령 박 전 한나라당대표가 이명박 정권의 국정 운영이 마음에 안 들어도 나라가 흔들리게 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백 사람의 입은 무쇠라도 녹인다고 했다. 대통령의 6.19 특별 기자회견 후 급격히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촛불 든 적잖은 수의 군중들은 과거 ‘6.29 선언’처럼 정권이 무조건 항복치 않으면 절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런 상황에 앞뒤 재지 않고 나와서 아직 불만스러워하는 남은 국민들을 다독인 성과나, 불순세력의 발호를 차단시킨 효과는 박 전 대표가 오늘까지 이룩해놓은 그 어떤 정치적 자산보다 훨씬 빛나고 값진 것일 수 있다.

정치인이 앉을자리 설자리를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들어가고 나서야 할 때를 가리지 못해 국민에게 외면당한 사례는 우리 역사에 얼마든지 많다. 세상을 얻으려는 사람은 먼저 사람을 얻어야 함이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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