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박 전 대표를 만난 홍 원내대표는 친박 측이 요구한 복당 원칙은 물론 복당 시기나 절차에 있어서도 전적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단 기준만을 남겼었다. 그렇게 풀리기 어려울 것 같던 한나라당 복당문제가 단숨에 일사천리로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 오히려 위태로워 보일지경이었다.
곧 강재섭 대표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니나 다를까 ‘박-홍’이 제시한 5월말 복당 안을 깨고 “18대 원 구성 후 6월 중순께 적당한 복당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대표의 강한 제동이 걸렸다.
그러자 또다시 복당 논란의 북새통이 빚어졌고 친박 인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강대표가 자신의 입지를 위해 친박 복당을 미룬다는 주장과 함께 청와대 입김설을 제기했다. 심하게는 국무총리 자리에 눈 먼 강대표가 앞뒤 생각 없이 당을 표류 시키고 분란에 빠뜨린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 강대표가 위기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뜻을 굽혔다. 선언적이나마 일괄 복당으로 급선회 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홍 원내대표의 활약이 가히 대표급이었던 반면 강대표의 입지는 대 지진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다. 강대표가 복당 제동을 건 이유로 청와대 교감설이 가장 우세했기 때문에 이 대통령과의 회동 없이는 그가 운신 폭을 넓힐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팽배했던 터다.
이번 한나라당 복당 방침이 당내 분열의 화약고를 정리 했다는 점에선 분명한 성과이긴 하나 앞으로 당내 역학구도를 둘러싼 날선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박의 빠른 복당이 이루어지면 우선 7월3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부터가 밑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총선 후 사실상 당대표 역할을 다한 강재섭 대표가 그토록 친박 복당에 제동을 건 것이 향후 당권 문제와 연관 없다고 할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이심(李心)이 당권 경쟁에 초연 하리라고 볼 사람이 없을 테니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진작 좀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하고 신중한 정치 행보를 가졌다면 그 동안의 당내 분란은 훨씬 일찍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닥친 여러 위기 사안들이 안 일어나도 됐을런지 모른다. 지금 허둥대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이 보기 딱하다. 사유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대통령 연봉도 안 받겠다,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던 ‘대권 후보 이명박’ 모습이 까마득하다.
대통령 당선 후 기회 있을 때마다 ‘동반자’라던 박근혜 전 대표가 동반자 대신 ‘조건부 협력자’로 돌아서게 만든 것도 이 대통령 자신이다. 4.9 총선으로 한나라당은 어렵사리 제1당 고지를 탈환했다. 그로부터 오늘 (6.9일) 꼭 60일을 지난 시점이다.
그 두 달을 지샌 동안 해놓은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지지도 10%대의 날개 없는 추락 현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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