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세 놓는 집 도배 해주듯이 멀쩡한 의원 사무실 등에 도배하고 페인트칠하는 비용이 자그마치 5억5천만원이었고 소파 등 집기 교체에 6억원이 초과 지급됐다. 그 외 의원등록 등 방패 교체비, 초선의원 연찬회 명목으로 5억원 가까이나 들었다. 이는 새 국회 개원 때마다 실행돼 왔던 일일 것이다. 세비 인상문제는 새 국회가 임기초반에 말 꺼내기가 뭣 할 것 같아 17대 국회가 문 닫을 찰나에 은근슬쩍 올려놓은 게 아닌가 싶다.
혈세 샐 곳이 없는가를 지켜야 할 국회가 혈세 낭비에 앞장서면서도 아무런 구애됨이 없었다. 아마도 새로 이사 드는데 집 주인인 국민이 그 정도 서비스는 당연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많은 국민들 또한 그렇거나 말거나 이제 만성이 돼놔서 반드시 써야 할 돈이 쓸 곳에 바로 쓰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박해졌다. 다만 쌈박질이나 하지 말고 민생 현안이나 좀 살펴줬으면 더 바랄게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직전 17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률안은 7446건으로 이 가운데 25.2%인 1873건이 통과됐다. 의원 299명이 한 달 평균 39건의 법률안을 의결한 셈이다. 의원임기 4년 동안 월 평균 1건 이상 총48건 이상의 법률 안을 발의한 의원은 15명이었다. 그 가운데도 초선의원이 대부분이었다. 선수(選數)가 높아질수록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 활동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정치’에만 관심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잖은 수의 여야 중진의원들이 4년 동안 단 한건의 법률안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률안 발의가 많다는 것이 무조건 의정활동을 잘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17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법률안은 전체 6319건의 20.7%인 1316건이 통과됐고 정부 발의 안은 전체 1101건의 50.6%인 557건이 국회 의결됐다. 이처럼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은 둘 중 하나는 정식 법률로 공포된 반면 의원들이 낸 법률안은 5건에 4건 꼴이나 국회통과가 안됐다. 그마저 통과된 법안은 이념성향 입법이 81%에 달했고 경제관련 입법은 19%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이념적 지향 의원들의 입법 능력 부족이거나 ‘뭔가 내고 보자’는 식의 실적 경쟁이 심했다는 의미다.
의원 발의 법률안이라지만 정부가 법안을 만들어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 이름으로 제출되는 관례까지 감안하면 순수 의원 발의로 법안 통과된 비율은 훨씬 낮을 것이다. 또 국회 계류 중이다가 17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법률안이 3천수백건에 달했다.
17대 국회의 현실이 이러했다. 18대 국회라고 특별나게 달라질 것 같지가 않다.
17대 국회 임기 막바지까지 시끄러웠던 FTA 문제는 일부 주전 선수들만 교체된 채 18대 국회 초입부터 전선이 확대될 전망이다.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쇠고기 문제에 집중하며 장외투쟁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기 하락 국면을 수습치 못한 정부가 좌충우돌 할 것이란 예단이 곳곳에서 나온다.
여당인 한나라당 사정도 더 첨예한 대립과 분란이 예고되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계파싸움도 절정을 향할 것 같다. 침묵하고 있는 서민 약자들 불안이 가슴을 짓누를 터이다.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