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비리 유형을 보면 한국조폐공사의 경우 2005년과 2007년 신규 채용 때 인사팀장 등의 청탁을 받고 특정인의 자격증 점수 등을 조작해 합격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석탄공사는 경력증명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10명이나 부당 채용 했다. 인건비 편법 인상에는 많은 공기업들이 시간 외 근무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정액 지급하거나, 노사합의 등을 이유로 추가지급 하는 숫법을 써왔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2002년부터 2008년 2월 까지 정액 지급된 시간 외 근무수당이 무려 2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소기업은행도 유사한 방법으로 2005년 12월부터 시간 외 근무수당 350억원을 전 직원들에게 나눠 먹기식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덕적 해이의 흔한 사례로 법인카드를 이용한 유흥업소 나이트클럽 이용, 골프접대비, 상품권 구매 등 심지어 보석까지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로 사용하기가 다반사였다.
이밖에 부대사업 부분의 순이익을 과다 계상해서 사내 근로 복지기금에 과다 출연하는 방식도 썼다.
공공기관 인력부문에서도 2002년부터 2006까지 5년 사이 18만명선에서 25만명선으로 31.5%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증가율 4.6%의 일곱 배나 되는 수치다. 이런 판에도 공기업 노조는 반성하기보다 “이번 감사가 공기업 민영화라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통은 감사 마무리 후에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만 이번에는 감사 중간에 총선 앞두고 결과를 발표한 것이 표적 감사라는 주장도 폈다. 즉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여론 몰이었다는 것이다.
또 웃지 못 할 일은 지난 정권에서 경영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된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상당수 기관장이 정권 중반쯤에는 부패나 비리혐의에 연루됐거나 국정감사에서 방만 경영을 지적 받은 점이다.
대한주택공사 사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수자원공사 사장이 같은 혐의로 구속된바 있다. 물론 기관장의 비리는 개인 비리일수 있으나 사건 전말을 보면 상납관행과 주변 챙기기 풍토와 무관하지가 않았다.
필자가 우연한 기회에 국내 굴지의 민간 건설업체 CEO와 만난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화제가 공기업 쪽으로 옮겨갔다. 자연스레 여러 가지 공기업 방만 경영의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 가운데 특별하게 가슴에 남는 대목 하나가 있다. 다름 아니라 5천명 임직원들이 포진해있어 그 위용을 자랑하는 대한주택공사의 모든 업무가 민간기업 눈으로 보면 5백명 정도로 다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IMF 이후 우리 민간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거품을 빼고 제 살을 도려내 온지 10년이 더 지났다. ‘오륙도’니 ‘사오정’이니 하는 말이 다 그 부산물이다.
그런 민간 기업이 정부 공기업을 바라보는 눈빛은 우리보다 훨씬 더 차가울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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