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vs반박 혁신안 대충돌
혁신안을 주도한 홍준표 의원은 ‘본질 호도’라며 친박 대 반박 구도로 비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신안은 이명박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내 제도권에 편입하지 못한 이들에게 유리한 방안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혁신안이 원안대로 추인될 경우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박 대표는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반면 이 시장은 당세 확장 등 유리한 대권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은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혁신안 마련후 첫 공청회에서 친박세력과 반박세력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공청회에서는 ‘이명박’이라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혁신안’인가에 대한 친박세력의 성토장이 됐다.
이 시장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홍 의원과 반박세력의 합작품이 바로 혁신안이라는 게 친박세력의 주장이다. 내년 7월, 다시 말해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까지 임기가 보장된 박 대표와 당 지도부는 혁신안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혁신안이 추인되면 박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를 받아들여야 하고, 이 경우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또는 내년 2월쯤 조기 전대를 개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하지만 혁신안을 준비한 반박세력은 당 개혁을 명분으로 혁신안을 원안대로 밀고간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 대표가 전권을 위임한 만큼 받아들이지 않고는 못 버틸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혁신위측은 당 지도부가 마련한 국회 공청회도 수용했고, 8월 말까지 이어질 전국 투어 토론회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대권주자간 손익계산 분주
하지만 혁신안이 잠룡들 중 누구에게 유리한가를 떠나 공정한 ‘게임의 룰’일 뿐이라는 혁신위의 취지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판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향배 앞에선 무색해진다. 지방선거 각 당 계파별 승전보는 대통령 후보 경선의 청사진이라는 게 정치권의 오래된 관행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혁신안 후폭풍이 밀려오는 와중에 박 대표가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전략적 연대를 선언한 배경에는 지방선거 손익계산서가 자리잡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며 노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 칭하는데 의기투합하는 동시에 혁신안과 관련해 공동대응을 약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박 대표는 일찌감치 계파간 이해관계를 조정한다는 혁신위의 명분과 어울리지 않는 이 시장의 최측근인 홍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전격 내정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반박세력의 준동을 제어하겠다는 고육책이었다. 다소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일부 측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결단을 밀어붙였다. 자신감이 묻어 있는 결단이었던 만큼 그 대응책도 나름대로 준비해 뒀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 시장외에 또다른 대권 경쟁자인 손 지사와의 전략적 연대 모색은 이러한 대응책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두 사람이 지방선거 공천권 지분 보장을 담보로 혁신안 후폭풍을 방어하는 동시에 향후 당권 및 대권 경쟁에서도 상호 협력하는 이른바 ‘밀월설’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처럼 박 대표와 손 지사의 밀월설이 수면위로 부상하자 반박세력은 바짝 긴장하며 혁신안 추인에 전력을 집중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13일 공청회가 혁신안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하자 홍 의원은 “혁신안 반대를 위한 공청회였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지방순회 설명회에서도 공정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지 못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하한정국이 무색할 정도로 한나라당의 정치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혁신안 추인과정이 열리는 오는 8월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개헌·연정 바람 탄 패자들 부활전 준비하나
- 이인제 정몽준 이회창 “손만 내밀어 준다면야 뭐”
개헌과 연정 바람을 탄 패자들의 부활전 준비가 한창이다. 우선 무죄 판결로 정치 재개를 시작한 이인제 의원의 ‘중부권 신당행’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 의원의 공식적인 행보의 초점은 자민련과 신당의 통합이다. 심 지사는 본지(585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정파나 인사들과도 힘을 합칠 생각”이라며 “언제든 만나서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정객들은 이 의원의 신당 합류는 시간 문제라고 평한다. 차기 총리를 꿈꾸는 심 지사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보여준 ‘중부권 신당 대통령’의 낡은 꿈을 잃지 않은 이 의원과의 절묘한 만남이라는 것. 중부권 신당에 대한 충청권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세가 크지 않은 심 지사의 한계와 자력으로 이미지 쇄신이 어렵다는 이 의원의 한계 때문이다. 2002년의 악몽과 화려했던 과거를 상기시키며 그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정몽준 의원은 최근 과거 ‘국민통합 21’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을 통해 ‘정치 재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02년 대선과 관련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문을 열지 않았던 그다. 때문에 다시 한 번 2007년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회창 전 총재 역시 패자부활전에 뺄 수 없는 인사다. 남대문 사무실 개소와 동시에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현역 정치인들과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차기 대선과 관련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 전 총재의 대국민 인지도는 현역에서 뛰고 있는 잠룡들을 무색케 할 정도다. 킹메이커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역할론’도 한나라당 내부에서 전해져 온다. 패자들의 부활이 점쳐지고 있는 배경은 당연 개헌·연정 바람이다.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한 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피선택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정객들의 관측이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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