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의 정치권 춘투(春鬪)
점입가경의 정치권 춘투(春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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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4-22 11:30
  • 승인 2008.04.22 11:30
  • 호수 730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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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사건은 공천 칼날에 숙청 당했던 낙천자들이 탈당 후 무소속 또는 ‘친박연대’ 등으로 부활해서 강력한 생명력을 보여준 점이다. 이는 이번 총선이 지역구관리를 얼마나 잘했고, 얼마나 잘 알려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보였느냐가 당선의 잣대가 됐음을 명백히 말한 결과다.

한나라당 주류가 당권 쟁취를 위해 공천에서 이미 숙청한 정적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복당은 당분간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무조건 복당론’은 밖에 있거나 안에서 밖의 우군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나 화급한 일이다. 여론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은 유권자들이 절반도 참여치 않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 정도 관심 없는 선거였다. 그런 정치권이 복당 문제로 들끓는 것에 대해서 국민 관심이 대단할리 만무하다. 그러나 기권한 것도 의사 표시이고 불참한 것도 의사 표시인 만큼 선거 결과에 토를 달 일은 못 된다.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은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의원의 낙마로 해서 ‘친이’부대의 추진력이 상실됐다. 민주당은 대권주자였던 정동영 전 의장과 손학규 대표 낙마로 사정이 더욱 복잡해진 마당이다.

이 모든 것이 국민의 뜻으로 나타나 있다. 한나라당의 보복공천을 응징하고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한 표심이 다시 왜곡되면 국민은 이제 정치 자체를 외면하려 할 것이다. 이판에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정치 불신풍조를 만연 시키는데 특별히 가세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하반기 모 언론에 ‘임기 중 뉴타운 지정은 절대 없다’고 했다가 바로 이틀 뒤 또 다른 언론에 ‘총선 후 경제상황이 허락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지정 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선거 끝난 닷새 만에 ‘최근 강북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들썩이고 있어 추가지정을 검토하지 않는다’ 고 밝혔다. 불과 며칠 만에 이리 저리 말 뒤집기를 한 서울시장이 후폭풍을 전혀 예상 못했을 수 없다.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나 민주당 후보나 서울지역 출마자들이 앞 다퉈 뉴타운 건설을 공약해 놓은 사실을 오세훈 시장이 누구보다 잘 아는 터다.

유권자들 가운데는 분명히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줄 알고 표를 찍은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접전 끝에 몇 백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지역구 같은 데서는 문제 될 소지가 매우 크다. 오 시장의 이해 못할 처신이 정치권의 춘투 정국에 불을 지른 꼴이 됐다. 도무지 오세훈 시장의 평소 이미지와 안 맞아 무슨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강하다.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의혹도 일파만파로 비화될 조짐이다. 검찰의 수사 강도에 따라서는 정당 간, 또 친박(親朴) 반박(反朴)간의 대립을 앞당길 공산이 다분하다. 치열한 정치판 이전투구가 점쳐진다. 긴박한 선거에서 재정이 빈곤하여 특별당비 명목으로 선거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일으킨 실수라고 강변하기에는 국민 공감대가 너무 빈약하다. 국민이 더는 정치 후진화를 용납 할리 없다.

문제는 모든 정치하는 사람들의 인식수준 이다. 책임을 떠넘기고 상대 약점을 까발려서 반사이익을 얻을 생각으로 정치권의 춘투 전선을 확대시키면 절반 넘은 정치 냉소층 인구가 수직상승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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