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는 우선 “이런 얘기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나서서 밝힐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다면 DNA 검사를 받을 용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아직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DNA 검사 때 재판관이 배석하는 등의 문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이 없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DNA 검사를 받을 용의도 있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민씨는 “이번 일로 인해 남편도 화가 많이 난 상태다. 남편도 현재 DNA 검사를 받아서라도 억울함을 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결혼사진 등이 담긴 앨범을 증거물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번 일로 인해 딸의 상심도 크다고 한다. 그는 “나이가 25살이다보니 혼처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선도 몇 번 봤다”면서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많이 불안해하고 있어 틈틈이 다독거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씨와의 일문일답 내용.
-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송에 대한 심경은. ▲ 솔직히 이런 얘기 한다는 게 부끄러운 일 아니겠느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속이 상한다.
- 이번 사건에 대한 소송 당사자로서 가진 생각은. ▲ 말도 안되는 얘기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그같은 루머(민씨의 딸이 현직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는 소문)를 퍼트린 한아무개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 남편(노건평씨)은 뭐라고 하나. ▲ 남편은 이번 일로 화가 많이 난 상태다. 그러나 남편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일처리를 위해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다.
- 법정에서 친자확인을 위한 DNA 검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만약 그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본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아직 재판 중인 관계로 뭐라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그러나 때가 되고, 만인이 그것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친자확인을 위한) DNA검사를 받을 용의도 있다. 남편도 현재 비슷한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재판일은 누가 챙기나. ▲ 남편보다는 주로 내가 부산을 왔다갔다하면서 챙기고 있다. 얼마 전 결혼사진 등이 담긴 앨범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 앨범에는 어떤 사진이 있나. ▲ 결혼 때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딸 사진 등 재판에 필요한 증거사진이 대부분이다.
- 당사자인 딸은 어떤 상황인가. ▲ 많이 상심해 있다. 나이가 25살이다.그러다보니 현재 혼처를 알아보고 있다. 맞선도 몇 번 봤다. 이같은 상황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터져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걱정하지 말라’면서 다독거려주고 있다.
# DNA 검사란?
- 형제도 명확히 구분 가능
노무현 대통령의 ‘숨겨진 딸’ 재판으로 인해 또다시 DNA 검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DNA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검사결과는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일단 친자확인 검사의 정확도가 99.9%라고 말한다. 기계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잘못 나올 확률이 거의 드물다는 것이다. 친자확인 사설 연구소인 다우진 관계자는 “법원의 위탁으로 친자확인 검사를 하는 경우 판사도 결과를 99.9% 신뢰한다”고 설명했다. 형제의 경우도 뚜렷하게 구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친자확인 전문기관인 휴먼패스 관계자는 “친자확인 검사를 위해서는 어머니도 같이 검사를 받는다”면서 “이경우 형제라도 명확히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끔은 잘못된 검사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일부 사설기관이 의뢰인이 아닌 사람의 머리카락을 검사해 친자식을 ‘남의 자식’으로 만들어버린 사고도 가끔 있었다.
의뢰인들은 대부분 불륜을 의심한 일반 배우자들이다. 그러나 때로는 유명인사들도 이같은 검사를 받거나, 검사를 문의하기도 한다. 지난 77년 북한에 납치됐다가 사망한 요코타 메구미(피랍당시 13세)씨의 딸로 알려진 김혜경(15)양이 대표적인 예다. 김양은 지난 2002년 DNA 검사를 통해 요코타씨의 친자로 최종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전직 대통령인 YS도 한때 ‘숨겨진 딸’ 문제를 놓고 친자확인 얘기가 오갔다. 가네코 가오리(43·한국명 주현희)씨의 모친 이경선(70)씨는 지난 2000년 LA ‘선데이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993년 가을부터 김 전 대통령 퇴임 직후까지 김기섭 실장으로부터 모두 23억원을 받았다”고 밝혀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당시 YS를 상대로 친자확인 검사를 요구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 대통령 ‘숨겨진 딸’ 명예훼손 사건 전말
- DNA검사 과연 이루어지나, 재판 공개 문제로까지 비화
DNA 검사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번 사건을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의 과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건은 지난 3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타연 공동대표인 한상구(48)씨가 구국투쟁위원회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한씨는 당시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딸로 알려진 노희정씨가 사실은 건평씨의 딸이 아니다. 사실은 노 대통령과 건평씨의 부인 민모씨 사이에 태어난 아이”라고 주장했다.한씨는 지난 4월 23일 부산에서 열린 ‘전몰군경 추모와 정부부정 폭로 국민대회’에서도 같은 내용이 담긴 피킷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건평씨측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건평씨의 부인 민미영씨는 즉각 명예훼손 등을 주장하며 한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 5월 12일 한씨를 구속했다.‘DNA 검사’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달 20일과 이달 11일에 부산지방법원 형사15단독의 심리로 두차례 공판이 열렸다.고소인 민씨와 피고소인 한씨는 현재 공개와 비공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씨측은 2차 공판을 앞둔 지난 11일 일반인의 법정 방청을 허용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비공개 재판을 요구했다.
재판부도 “고소인측의 비공개 재판 청구를 검토한 결과 한 나라의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인데다,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면서 “증인 신문 부분은 공개 정지를 선고한다”고 했다. 그러자 한씨측이 곧바로 반발했다. 한씨의 변론을 맡은 서석구 변호사는 “피고인 변호인의 의견을 듣지 않고 고소인측 변호인의 의견만으로 비공개를 결정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재판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서 변호사는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글의 진위부터 먼저 밝혀야 한다”면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는 유전자 감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씨측의 태도는 완강하다. 민씨측의 변론을 맡고 있는 정재성 변호사는 “사실무근인 사건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는 만큼 비공개 청구를 취하할 계획은 없다”면서 “재판부의 결정이 내려지면 언제든 유전자 조사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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