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힘겨운 싸움을 포기하고 이 국회 부의장과 동반 불출마를 시도했던 물귀신작전이 지저분한 당내 권력싸움의 속내만 들키고 멋쩍게 돼버린 셈이다.
이상득 의원은 포항시민들의 뜻을 받든다며 출마를 강행시켰고 이재오 의원은 지역구 여론이 불리하니까 꼼수를 부려 불출마 카드를 꺼냈다는 소리가 싫어서 출마의 정공법을 택한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 짝이 없다. 이미 우경화된 국민들이 과거 혁신 민중당 세력의 부활을 꿈꾸고 한나라당의 좌경화를 노리는 이재오계 소장파들에게 귀 기울일 리 없다는 분석이 있었다.
말하자면 불출마를 강요당한 이상득 의원은 당선될 것이고, 공천에 전혀 저항 받지 않은 이재오 의원은 당선되기 어려운 현실이 국민적 성향에 대적하는 한나라당의 정향을 정확히 대변 한다는 얘기다. 더 말하면 나이 많은 3선이상의 다선의원 물갈이가 표면의 명분은 ‘개혁공천’이지만 속내는 원로 우파의원들의 제거를 목표했다는 지적이 보수 일각에 팽배하다.
이런 경륜과 연륜을 낙천의 핵심 기준으로 삼은 축출행위를 당 안팎이 공감치 못하는 때문에 친박 무소속 출마자들의 기세가 또한 등등할 수 있다. 나이나 계급을 기준으로 인간의 능력과 선악을 구별하는 공산주의의 홍위병식 정적 제거 방법을 한나라당의 특정세력이 당의 우파 원로들을 낙천시키는데 기준으로 이용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는 노인들의 지혜나 원로들의 지도를 무시 내지 천시하며 부자를 사회악으로 매도하는 좌익 혁명세력의 특징을 우리 국민이 아는 까닭이다.
이상득 의원도 처음에는 나이와 선수(選數)가 높고, 다른 원로급 낙천자들과의 형평 때문이라며 퇴출 논리를 앞세웠었다. 그런 것이 나중엔 정부 인사에 개입하고 공천에 영향 줬다고 공격했다.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은 이재오 사단 소장파들이 반드시 쓰러뜨려 넘어야 할 목표였던 것이다. 이런 통 큰 작전은 급기야 실패했고 도리어 감춰진 그들 좌파적 빛깔만 선명히 나타낸 꼴이 됐다. 이명박 계라는 간판을 방패로 한 이재오 계의 대통령 친형 몰아내기 반란의 후 폭풍이 총선 끝난 뒤 한나라당 내부에 거세게 불어 닥칠 전망이다. 이상득 의원이 자신을 축출하려는 세력을 ‘불순세력’으로 규정해 놓은 마당이다.
이재오계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인선과 당 공천에 이상득 의원이 많은 누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여론이 이를 적반하장으로 보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재오 의원의 이상득 축출 지휘에 수도권 소장파를 비롯해 55명의 한나라당 공천자들이 대거 동참한 사실을 주목해서다. 55명이나 되는 공천자들이 결집한 걸 보면 이재오 의원의 영향력이 공천과정에 상당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참에 생각되는 말이 있다. ‘한국인들은 속으로 가장 자신의 소유와 권력을 탐하지만, 겉으로는 남의 권력과 소유를 가장 혐오하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누군가 했었다.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