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 올라 있다. 왜 탈당하지 않느냐는 불만에서부터 선거 후의 박근혜 구상이 도대체 뭐냐는 궁금증에 이르기까지 유권자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대선후보 경선이후 박빙의 결과에 승복했고,
이회창 전 총재의 끈질긴 구애를 ‘정도가 아니다’라는 단호한 한마디로 물리쳤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에는 중국특사 제의를 쾌히 받아들였고, 총선 공천을 앞두고는 공심위에 영향 줄만한 발언을 일절 삼가 했다. 경선에 패한 입장으로서의 인고의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박근혜가 차기 대권을 위해 ‘양보를 통한 명분 쌓기’에 주력 한다는 말은 진작부터 있었다. 더 뒤집어 표현하면 ‘경선에 패해서 단단히 설움 받는 박근혜’ 효과로 민심을 후벼 판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불과 보름 후의 정치상황을 가늠하기 힘들만큼 판도변화가 출렁대는 상황이다. 자칫 박 전 대표의 ‘인고하는 시간’이 모든 걸 잃어가는 시간일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점점 박근혜의 선택에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바다. 한나라당 내부는 말할 것 없고 자유선진당, 통합민주당이 박근혜 변수를 주목치 않을 수 없는 총선 전야에 돌입해 있다.
요즘 안방극장에서 보고 있듯이 조선조 개혁군주 정조의 최대 정적이었던 정순왕후는 몰락 후 수십 년 뒤까지 계산한 재기의 몸부림을 궐 안에서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최근 한나라당 내부의 권력다툼이 이런 과거 당파의 노론 벽파와 시파 간 갈등을 보는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순왕후는 노론 벽파와 손잡고 정조 사망 후 어린 순조의 대리 수렴청정을 통해 장장 3대의 60년에 걸친 외척 안동김씨 세도정치의 포문을 연 당사자다. 박근혜를 정순왕후의 그때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차세대를 노리는 정몽준 의원이나 실세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 등 거친 경쟁을 벌여야 할 복병이 당내에 너무 많다.
때문에 한나라당 공천파동 직후의 ‘박근혜 탈당 임박설’이 나왔었다. 그때는 탈당 후 총선을 통한 독자적 발판마련, 한나라당의 이탈세력 규합, 자유선진당 등 보수 세력 통합, 이런 코스가 박근혜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태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총선 최후까지 당 잔류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선거 결과를 지켜볼 요량이다.
바야흐로 박근혜 정치력이 시험무대에 든 셈이다. 자파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연대가 이번 총선에서 태풍을 일으킬지의 여부는 향후 박근혜 행보를 결정짓는 단초가 될 것이다. 또, 정몽준이 정동영을 쉽게 뛰어넘고 이재오가 문국현을 따돌려서 다시 여의도로 돌아올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박근혜 변수의 핵심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보면 오는 18대 총선은 한국의 미래와 박근혜의 정치장래를 가늠케 하는 의미가 있다. 지금 박근혜 변수가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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