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치는 것을 ‘부귀공명’으로 일컫는다. 태어난 사람들 모두가 이를 추구코자 하는 성공 경쟁을 벌이면서 그 땅을 밟고 살아간다. 열심히 하나를 이루면 두 개를 또 이루려 하고, 아흔아홉 개를 가지면 백 개를 채우고 싶어 하는 인간 욕망이다. 복이 너무 과하게 되면 화가 온다는 말이 이런 사람 욕심을 경계한 말이지 싶다.
소위 팔자가 좋은 사람은 재물, 벼슬, 학문의 3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이를 ‘재관인(財官印)’ 이라고 부른다. 재물만 있고 학문이 없으면 사람됨이 교양이 없고, 학식이 풍부해도 재물이 없으면 살아가기가 힘들다. 학문 없이 벼슬자리 하기는 더욱 곤란하다. 이 세 가지를 두루 갖춘 복인(福人)이 드물다.
어느 한 가지가 두드러지면 다른 한 가지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가운데서 기초가 되는 요인은 재물이다. 재물 없는 무재팔자(無財八字)의 남자에게 딸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재물이 없으면 고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팔자에 재물 없는 사람이 비교적 거짓말을 못하고 청렴하다고 한다. 이는 강직한 성품이 돈을 모을 수 없는 맥락과 통한다.
이 관점에서 국가의 공복 되는 고위 공직자들은 재물 축적 면에서 좀 부족한 듯 해 보이는 편이 확실히 긍정적이다. 재산가로 알려진 신 정부 일부 장관들이나 장관 자리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국민시선이 고울 리 없었던 이유를 부연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진심으로 배려 할 줄 아는 부자의 경우는 강직함이나 투명성이 갖는 미덕보다 오히려 한 단계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
또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 해서 재물이 많은 팔자는 몸이 약해지기 쉽다고 했다. 왜냐하면 재물은 쟁취하는 대상이고, 쟁취 하려면 신경과 체력의 과소비가 뒤따르는 연유다. 돈 보이는 곳을 쫓아다니다 보면 몹시 피곤하기는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자 집에 몸 약한 사람이 많거나, 아니면 자식이 귀한 경우가 많다. 또한 돈이 많으면 여자도 많아지는 것이 몸 약해지는 첩경이라고들 한다.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돈 없으면 장가가기도 힘들다. 재생관(財生官)이라고 해서 재물이 벼슬을 낳기도 한다. 국회의원 선거에 돈 없이 출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이 우리 인간사에서 ‘쩐(돈)’은 영원한 화두이다. 팔자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역시 ‘쩐’인 것이다.
그러나 군겁쟁재(群劫爭財)란 말이 있다. ‘여러 형제들이 돈을 두고 다툰다’는 뜻이다.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다가 갑자기 토지보상금 등으로 돈이 생기면서 가족 간 소송이 벌어지고 원수 같이 돼버린 사례가 많다. 돈의 마법에 걸렸다고나 할까. 돈 밝히다가 명예를 잃는 현상은 언제나 일어난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일반화된 세상에서는 돈이 너무 많으면 벼슬하기도 어렵다. ‘부귀공명’을 다 이룰 생각은 버려야 사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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