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면위로 부상중인 고건 대권
막후면위로 부상중인 고건 대권
  • 홍성철 
  • 입력 2005-07-14 09:00
  • 승인 2005.07.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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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은 나이 순이 아니다” “70대 대망론을 띄워라” 고건 전 총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구호다. 이 구호 속에는 두 사람 모두 고령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아킬레스건이 아닌 장점으로 활용하자는 전략이 내포돼 있다. 고령의 나이로 국정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청와대 주인의 연령이 대폭 낮아진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고 전 총리와 이 전 총재측은 젊은 대통령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동시에 연륜과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을 기치로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고령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동시에 보수 기득권층의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정치권 일각에서 ‘창-건 대권연대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두 사람이 처한 정치환경과 공통분모를 잘 활용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 출발한다. 고 전 총리와 이 전 총재는 경기고 동문이라는 사실 외에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고,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터득한 경륜과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 정치적 성향은 보수에 가깝고, 지역색이 강하지 않다는 점도 비슷하다.

대권연대론 모락모락

특히 두 사람의 나이가 고령이라는 점도 같다. 고 전총리와 이 전총재의 올해 나이는 각각 67세와 70세. 2007년 대선까지는 아직 2년 5개월이 남아있고, 그때 두 사람 나이는 각각 69세와 72세가 된다. 두 사람이 차기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모두 70대라는 고령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두 사람이 대망론 불씨를 살리는데 고령이라는 현실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고령 콤플렉스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 정부 출범이후 지속된 경기침체와 국정혼란 등 젊은 개혁세력들이 주도한 참여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경륜과 안정감 있는 지도자상을 강조한다는 것. 참여정부의 실정 원인을 경륜 부족과 미숙한 국정 경험 탓으로 몰아붙여 이들보다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륜과 안정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계복귀후 정권창출에 성공한 DJ식 대권플랜 모델은 이 두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DJ가 정계은퇴를 선언할 당시 나이는 67세였고, 정계복귀를 선언한 때(95년)는 70세였다. 97년 대선에 승리했을 당시 나이는 72세였고, 70대 중반기(98년~2002년)에 국정을 이끌었다. ‘고령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두 사람에게 DJ식 대권 플랜은 대망론 불씨를 살릴 수 있는 더 없는 모범사례인 셈이다. 대망론과 관련해 아직까지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에도 이러한 ‘DJ식 대권플랜’이 자리잡고 있다. 고 전총리와 이 전총재간의 대권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는 두 사람의 이러한 공통점을 잘 활용하면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내포돼 있다.

보수 기득권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두 사람이 전략적 연대를 통해 대권에 도전한다면 정권교체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고 전총리는 호남권과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높고 이 전총재는 영남과 충청권에 지지층을 두고 있다는 현실도 두 사람의 연대론을 부추기고 있다. 보수대연합을 기치로 지역갈등 해소와 국민화합이라는 대의명분도 충족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권연대론과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두 사람간의 물밑 회동설이 나돌고 있고 정치권 전반에서 정계개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의 대권연대론 여부도 조만간 그 정체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심상찮은 고건 대권행보

대권연대론과 맞물려 두 사람의 정치 행보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특히 고 전 총리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 전총리는 지난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대외적인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물론 비공식적 행사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여론은 그의 역할론을 자꾸 부각시켰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야 잠룡들을 제치고 차기 대통령감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언론은 ‘고건 신드롬’ ‘고건 열풍’ 등 신조어를 연일 양산하며 고 전총리 띄우기에 동조했다. 고 전총리의 주가가 폭등하자 여야 정치권에서는 ‘고건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고 전총리를 대권주자로 영입한 정당은 차기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란 섣부른 관측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 등 군소정당들은 당 사활을 걸고 고 전총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건발 정계개편론이 정치권 화두로 부상한 것도 그의 향후 역할론과 무관치 않다.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고무돼서 였을까. 아니면 속내를 비치지 않은 자신만의 큰 꿈(대권)을 펼치기 위해서였을까. 고 전총리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 초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개인사무실에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지인들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1월28일에는 총리시절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들과 만남을 가졌고, 서울시장 시절 인연을 맺었던 공무원들과도 자주 접촉하고 있다. 고 전총리의 호인 ‘우민’을 딴 ‘우사모(우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그가 관리하는 대표적인 모임중 하나다. 1월 말에는 작고한 선친의 호를 딴 ‘청송 장학회’를 고향인 전북 군산에 설립하기도 했다. 대망론을 펼치기 위해선 든든한 지역적 기반이 절실한 만큼 장학회 재편을 통해 본격적인 고향 민심잡기에 나선게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네티즌들이 주축이 된 팬클럽 ‘우민회’가 결성된데 이어 후원회격인 ‘9인회’도 지난 4월 결성됐다. 9인회는 정·재계 인사 및 대학교수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고 전총리의 대권가도에 싱크탱크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 전총리 스스로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24일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만나 대선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는가 하면 6월11일에는 박준영 전남지사가 마련한 역대 전남도지사 초청 오찬 행사에 참가했다. 민주당이 고 전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호남행을 둘러싼 해석도 다양하다.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과의 물밑 접촉설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중부권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심대평 충남지사와의 8월회동설, 이회창 전총재와의 접촉설 등이 대표적이다.

호심탐탐 기회노리는 昌

고 전총리의 행보 못지 않게 이 전총재도 물밑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두 번의 대선 패배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이 전총재는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 된 시점부터 움직임을 재개했다. 지난해 4월말 선친의 묘를 이장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10월쯤에는 서울 남대문로에 개인사무실을 마련했다. 특히 충남 예산에 위치한 선친 묘를 한때 ‘왕기 서린 명당’으로 화제가 됐던 신양면 하천리로 이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뒷말도 무성했다. 92년 대선 패배후 정계를 은퇴했다 95년 정계에 복귀한 DJ가 경기도 용인군으로 선친 묘를 이장한 후 97년 대선때 당선된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전총재도 꺼지지 않은 ‘대망론’을 염두에 두고 선친 묘를 이장했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여기에 이 전총재가 정계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기 대통령감 설문조사에서 중위권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이회창 대망론’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말 실시된 <조선·갤럽>설문조사에선 쟁쟁한 여야 잠룡들을 따돌리고 이 전총재는 4위(25.9%)에 랭크되기도 했다. 특히 TK(대구 경북)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유력 후보인 박근혜 대표를 물리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이 전총재의 지지율 상승 배경에는 최근 당 혁신위 등 안팎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박 대표의 어려운 정치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벌써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는 박 대표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당안팎에서 확산되면서 그 반대급부로 이 전총재에 대한 향수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 전총재는 보수·기득권층으로부터 여전히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고 당내에도 그를 추종하는 정치세력이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부 친이회창계 인사는 한나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해 당의 정체성(중도보수) 이미지를 명확히 해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를 펼치고 있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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