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력 소동은 우리 모두의 원죄
가짜 학력 소동은 우리 모두의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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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9-05 11:44
  • 승인 2007.09.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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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력 문제로 온 나라가 두 달째 시끌 시끌 하다. 지난 7월 초순 신정아 동국대 교양교육원 조교수의 가짜 학위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러 분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8월말엔 건국대 이사장의 학력 세탁 의혹도 보도되었다. 교수, 목사, 영화배우, TV 탤런트, 연극인, 예술인 등이 줄줄이 가짜 학력의 주인공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밖의 정치및 경제계에도 가짜 학력은 수두룩 하리라 추측된다.

김대중 전대통령도 그들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아태평화재단이 1995년 펴낸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은 그가 ‘모스크바 외교대학원 정치학박사’ 라고 적었다. 그가 모스크바에서 장기간 유학한 적이 없었다는데서 학력세탁으로 보인다.

대학교수로 취직하거나 특정 직위에 오르기 위해 박사 학위를 조작했다면, 그것은 범법 행위이다. 그런 탈법 사례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건 간혹 나타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취직이나 승급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단지 허명(虛名)을 위해 과거 학력을 부풀려 속인다. 이것은 정직하지 못한 국민성을 드러낼 뿐아니라 한국 생활문화 의식의 후진성을 실증한다. 아직도 한국인들이 지나간 과거사 부풀리기로 허명을 꾀차려는 폐습에 젖어있음을 노정시킨다.

한국인들은 사람을 평가할 때 현재의 실력과 능력 파악으로 그치지 않고 과거를 캐보려는 성향이 높다. 과거사 캐내기에 젖어버린 한국인들은 자신의 과거도 포장해야 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과거 미화를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어느 여고를 나왔느니, 어느 대학을 다녔느니, 외국서 박사 학위를 받았느니, 하는 거짓말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한국과 같이 허명을 위해 과거의 학력을 세탁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유는 다른데 있지않다. 미-유럽 사람들은 과거 학력이나 가문을 개의치 않고 오늘 존재하는 개인의 실체만을 중시하기 까닭이다.

이력서를 써내려가는 순서부터 한국과 미·유렵은 각기 다르다. 한국의 이력서는 케케묵은 과거부터 먼저 적는다. 가장 오래된 옛날의 직장과 학교 이름부
터 연대순으로 나열하기 시작하고, 최근의 직위와 최종 석·박사 학위는 맨 뒤로 미룬다. 과거사를 중시함을 반영한다.

하지만 미·유럽은 그와 반대로 간다. 최종 학력과 마지막 직위부터 적기 시작한다. 과거 보다는 지금 그가 어떤 모습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실증한 것이다.

고등학교 평준화 이전에 엘리트 고교를 나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중학교 때 공부를 남보다 열심히 했음을 반영할 뿐이다. 그러나 그가 대학에 와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는 모르고, 대학 졸업후에도 엘리트 능력을 갖췄는지도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매체들은 특정인을 소개할 때 대학이나 석·박사 등 최종 학위 소개로 그치지 않고 굳이 특정 엘리트 고교를 나왔으면 그것을 군더덕으로 덧붙여 준다. 이것은 언론이 앞장서서 과거사 캐내기를 조장하는 폐습이 아닐 수 없다.

한국도 이제 이력서 쓰는 순서부터 바꿔야 한다. 마지막 직책과 최종 학력 부터 먼저 써내려 가야 한다. 미주알 고주알 캐낼 필요없이 현재의 능력과 실체를 중시하는 생활의식을 뿌리내리기 위해서이다. 학력 세탁의 충동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한국도 미·유럽과 같이 과거 보다는 현재를 중시하고 신분 보다 능력을 존중하며 감투 보다 기능을 보람으로 여기는 생활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만이 비로서 과거를 세탁하려는 가짜 학력 소동은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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