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보측의 탈법 탈선은 ‘대운하 보고서’ 유출과 이후보 주민등록 부정발급 등을 통해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후보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대운화 보고서’를 밖으로 몰래 유출시켰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박후보측 사람에게 넘겨진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박후보측 사람들이 이후보 친인척들의 주민등록 초본 부정발급및 유출에도 연루된 의혹을 받게 되었다.
박후보 진영의 탈선이 거듭 밝혀지자, 박후보에 대한 비난이 꼬리를 물었다. 박후보가 말로는 “정도(正道)정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그럴 수 있느냐”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박후보는 검증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는 외마디 소리까지 들렸다. 박후보는 자신의 선거 캠프 불법 탈선에 대해 “굉장히 잘 못된
것”이라며 “이렇게 정도를 걷지 않을 수 있느냐”고 자책했다.
물론 “굉장히 잘 못된 것”은 박후보 주변 사람들의 구부러진 마음이다. 이 판에 한건 해서 눈 도장 찍어 두었다가 대선 승리 후 한몫 받아내겠다는 개인적 출세욕에 기인한다.
그러면서도 궁극적인 책임은 박후보에게 있다. 박후보가 과열되어 가던 검증 공세를 미리부터 차단하지 못한데 있고, 경선 전략으로 이후보의 비리 캐내기에 매달린 탓이다.
박후보 진영이 이후보의 비리 의혹 캐기에 전력투구한데는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당내 경선 단계에서 후보자의 의혹이 정리되지 않은채 대선에 나간다면, 그는 집권당측에 의해 공격당해 패하게 된다는데 연유한다. ‘김대업 신드롬(불안 증상)’의 여파이기도 하다.
‘김대업 신드롬‘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패배와 수치의 대명사이다. 그 때 김대업 병무 브로커는 이후보의 있지도 않은 병역비리를 폭로해 이후보를 파렴치한 죄인으로 몰았고, 그것으로 이후보는 패배했다. 한나라당은 올 대선에서도 집권당에 의한 김대업식 의혹 제기로 또 다시 당하는게 아니냐는 불안 상태에 빠져 있다. 김대업 불안 증상이요, ’김대업 신드롬‘이다.
그래서 박후보측은 수백억대의 재산가인 이후보의 축재과정에 문제가 있으리라 의심하고 의혹제기에 적극 나섰으며, 검증 공방을 가열 시켰다. 그렇지만 두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아무리 깨끗이 완결된다손치더라도, 김대업식 허위 흑색선전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대업식 의혹 제기는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꾸며 폭로한다는데서 당내 검증을 흠없이 마친 후보라도 사냥의 대상이 돼 희생될 수 있다. 깨끗했던 ‘대쪽’ 이회
창 후보도 당했던 것은 김대업의 터무니 없는 의혹 제기를 미리 막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이·박 후보간의 검증공방이 아무리 철저하다손치더라도, 12월 대선에 들어가 김대업식 폭로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한나라당 후보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박 양측의 의혹제기와 한나라당의 검증청문회도 제2의 김대업 출현을 막을 순 없다.
그렇다면 이·박 두 후보측은 이성을 잃은 의혹 공방으로 서로 상대편을 만신창이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집권세력만 돕는 일이다. 이제 양측은 의혹 제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정책대결로 임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첨언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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