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하면 김영삼(YS) 전대통령은 DJ가 “지금 완전히 발악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DJ가 ‘발악’하는 이유에 대해, “하도 부정한게 많아서… 정권을 빼앗기면 자기가 죽는 줄 안다”고 했다.
DJ는 퇴임 후에 여러 차례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그는 “발악하고 있다”고 핀잔을 들을 정도로 자신의 약속과는 달리 정치에 끊임없이 참견한다.
그는 범 여권의 지리멸렬한 통합문제와 관련해,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면 누군가 한 사람이 나타나… 사생 결단을 해서라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목은 여권 통합을 위해서는 이것 저것 가릴것 없이 돌진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여기에 그의 사생결단식 정치수단과 내면을 드러냈다. 동시에 그는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면 사생결단식으로 내치는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음을 엿보게 했다.
그는 또 “통합 문제가 지지부진해 답답하다”며 “초조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했다. 초조하고 답답해하는 사람은 ‘국민들’이 아니라 DJ 자신이다. YS의 지적대로 정권을 빼앗기면 ‘죽는 줄’ 알고 그러는게 아닌가 싶다.
그의 조급증은 자신의 친북유화책을 변호하고 정당화하는데서도 드러났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 제재 여론이 거세게 일자, 그에 대해 조급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열흘 동안 무려 5차례나 대북제재를 반대한다고 되풀이했다. 한 차례만 해도 의사 표시로선 충분한데도 버릇나쁜 어린애 보채듯 했다. 조급증의 발로였다.
그의 조급성은 대통령 재직 시절 김정일과 남북정상회담 하자고 되풀이 하던 데서도 나타났다. 김정일이 6·15 공동성명을 짓밟고 서울 답방약속을 지키지 않자, 그는 김정일에게 23일 동안 무려 7차례나 답방하라고 졸라댄 적이 있다.
그는 북한 남침을 저지키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현충일에도 피묻은 김정일에게 정상회담 하자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정상회담이 자신의 친북유화책에 이롭다고 생각되자, 체면불구하고 사생결단식으로 김정일에게 구걸하기를 주저치 않았다. 다름아닌 조급증이다.
그의 조급증은 사실과 다른 말도 서슴지않게 한다. 그는 북한의 핵폭탄 실험으로 대북 퍼주기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자, 터무니 없는 말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대북 퍼주기로 “북한 경제 전체를 우리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는데서 그렇다. 김정일이 들었더라면 코웃음을 칠 사실왜곡이었다. 그래서 YS를 비롯, 적지않은 국민들은 DJ가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고 조롱한다.
대통령을 지냈고 80대 중반 나이인 DJ는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평생 야당 생활을 같이한 정치동지인 YS로부터는 ‘발악’이란 말로 수모를 당했다. 후배 정치인들로 부터는 ‘시대 흐름에 역행’ ‘부적절한 개입’이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런 봉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생결단식 조급증을 거둬야 한다. 그리고 설사 “정권을 빼앗기면 자기가 죽는줄 안다”고 해도 품위를 지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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