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위대하다는 말을 붙이지 마라”
“아직 위대하다는 말을 붙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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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5-30 11:33
  • 승인 2007.05.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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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열차가 새로 연결된 경의선과 동해선을 타고 각각 휴전선의 군사분계선(MDL)을 5월 17일 넘었다. 5·17 남북 열차 시험운행은 단지 한 차례로 끝났다.

언제 남북 열차가 서울-평양을 정기적으로 드나들게 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살아있는한 수십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평양 열차 대신 함북 길주의 핵폭탄이 먼저 날아들지 예측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정부는 단지 1회에 그쳤고 언제 재개통될지 기약없는 열차 시험운행을 ‘평화의 서막’으로 과장선전하였다. 노무현 정권은 실험운행 당일 한나절 동안 전국을 온통 축제분위기로 들끓게 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서막을 열게 됐다”고 했으며 “남북이 함께 이뤄낸 위대한 승리의 역사”라고 침소봉대했다. 여기에 북한측 권호응 내각책임참사는 “아직 위대하다는 말을 붙이지 마라”고 가로막았다. 너무 성급한 기대라는 경고였고, 북한측으로부터 처음 듣는 옳은 지적이었다.

동서독은 분단후 계속 열차를 운행했다. 그에 반해 남북한은 57년만에, 그것도 겨우 한 차례 시험운행으로 그쳤다.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지, 결코 “남북이 함께 이뤄낸 위대한 승리의 역사”라고 할 수 없다.

남한은 5·17 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위해 5454억원의 공사비를 지불했다. 공사가 완료된 뒤에도 북한이 몇 차례 시험운행을 거부하자 북측에 경공업 원자재 비용으로 8000만달러(742억원)를 제공키로 했다. 그밖에도 남한은 이 사업을 위해 북한의 간접적인 요구들을 들어주어야 했다.

결국 남북 열차 시험운행은 남한이 돈주고 사들인 쇼에 지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김정일에게 검은 돈 바치고 산 것을 그대로 반복한거나 크게 다르지 않다.

김대중씨는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그 후 2년만에 북한은 서해에서 남한 해군 경비정에 기습 공격해 해전을 일으켰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북한은 그로부터 6년여만에 남한 동포를 절멸시킬 핵폭탄을 실험했다. 평화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임을 각인시켜 준 북한의 변치않는 도발들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남북 열차 시험운행 한 차례로 ‘평화의 서막’이 절대 열릴 수는 없다.

더욱 염려치 않을 수 없는 대목은 노정권이 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통해 남한 동포들에게 평화의 허상을 억지로 주입시키려 한다는데 있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 열차 연결이 “새로운 평화의 서막”이라며 평화가 보장된 것 처럼 말했다. KBS는 당일 저녁 9시 뉴스에서 남북 열차 운행 행사를 무려 30분이나 엿가래처럼 늘려 지루하게 다루었다. 이 방송은 열차 운행으로 남북한이 신뢰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다고 과장하기도 했다.

노정권과 ‘정권방송’의 평화분위기 띄우기는 국민들에게 평화의 허상에 젖어들게 왜곡한다. 거기에 국민들은 북한의 내부 적화교란책동과 핵폭탄 위험을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런 평화 허상 조작은 남한이 스스로 조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통일부 장관은 5·17 남북 열차 운행이 “남북이 함께 이뤄낸 위대한 승리”가 아니라 남한이 돈 주고 산 쇼 였음을 자성해야 한다. 그는 김정일에게 북의 핵폭탄 제거없는 열차 시험운행은 열 번 해봐야 “새로운 평화의 서막”을 결코 열 수 없다고 경고했어야 옳다. 그래서 그는 김정일에게 열차 시험운행 보다 먼저 핵폭탄 폐기부터 하라고 다그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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