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의 로마 발언은 우선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 그는 6자회담 합의 직후 “다 주더라도 남는 장사”라고 공언함으로써 북한 김정일 에게 “남는 장사”이니 더 내놓으라고 요구토록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발언은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2·13 합의문 서명국들로 하여금 대북 지원과 관련해 남한이 혼자 다 부담할 각오가 된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노대통령은 북한에 퍼준다는 것을 “투자로 생각”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동안 남한이 투자로 얻은 것은 없다. 오직 투자로 돌아온 것은 남한 적화를 위한 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실험 발사와 핵폭탄 실험 그리고 날로 격화되어가고 있는 남한 교란책동 뿐이다.
그는 2·13 합의문이 발표되자마자, 외교부장관에겐 “합의 사항을 신속 원만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독촉했다. 2·13 합의문과 관련해 아직은“신속”“즉각” 운운하며 서둘지 말고 북한의 동향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기다릴 때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2·13 합의문이 타결되기 하루 전부터 서둘러 북한에 장관급회담을 제안케 했다. 쌀과 비료를 다시 퍼주기 시작하겠다는 조급한 회담 제의였다. 빨리 북한에 퍼주고 정상회담 하자는 의도로 의심된다. 그렇게 서둔 정상회담은 2000년 조급히 돈주고 산 6·15 정상회담처럼 국익을 해칠 수밖에 없다는데서 반대한다.
노대통령은 이상하게도 북한에 퍼줄 때는 앞장서서 서둘면서도 북에 쓴 소리해야 할 때는 뒤로 물러서서 숨는다. 작년 7월 4일 북한이 미사일을 실험 발사해 남한 국민들을 불안과 분노로 들끓게 했을 때였다. 그는 즉각 앞장서서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와 관련해 호전적 도발이라며 단호히 김정일을 꾸짖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6일 동안이나 아무 말도 못하고 숨어 있었다. 김정일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두려워서였던것 같다.
그밖에도 그는 로마 간담회에서 남한의 대북 경제지원을 ‘마셜 플랜’에 비유했다. 그는 “북한 경제를 살려가면 미국의 마셜 플랜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경제지원을 엉뚱하게도 미국의 마셜 플랜에 견줌으로써 로마인들에게 실소를 금치못하게 했다. 마셜 플랜은 2차대전 직후인 1947년 공산주의 침투에 직면한 이탈리아를 비롯 16개 유럽 국가들을 살려내기 위한 미국의 원조 프로그램이다. 당시 소련은 마셜 플랜을 반공 플랜으로 간주, “제국주의 음모” “유럽의 노예화”라고 비난했다.
노대통령의 대북 경제지원은 마셜 플랜과 같이 북한을 공산지배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북한내 공산 독재정권을 떠받들기 위한 지원이다. 마셜 플랜과는 정 반대로 가는 공산 독재자 살리기 경제원조 이다.
마셜 플랜으로 살아남은 로마인들은 누구 보다도 그것의 참 뜻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로마인들에게 노대통령은 엉뚱한 말을 했다. 로마인들이 그 말을 전해듣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수준이 고작 그 정도인가 비웃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짐작된다. 부적절한 장소에서의 부적절한 말이었다. 역시 노대통령은 안에서나 밖에서나 막말하는게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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