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떨어진다며 노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지난 5·31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노 대통령을 보기도 싫다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았다.”, “열린우리당이 패한 게 아니라 노무현당이 패배한 것”이라고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 대통령으로부터 묵직한 감투를 얻어 쓰고 충성심 넘치는 말만 골라 조아리던 사람들이다. 어떤 충성파는 ‘노무현당’인 열린우리당을 “최소한 20~30년 집권세력의 토대”가 되도록 하겠다고 으슥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안 돼 노 대통령을 “보기도 싫다”며 그를 버려야 산다고 돌아서 버렸다.
노 대통령을 내던진 것은 열린우리당뿐이 아니다. 노사모도 마찬가지다. 노사모는 3년 전만해도 노 대통령의 홍위병 노릇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열렬한 노사모 회원인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홍위병이라고 자칭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 되어야 한다. 나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좌로 돌며 나라를 망치자 노사모 회원들 중 상당수가 실망하고 노사모를 떠난다. 그들 중 한 사람이 개그맨 신상훈씨이다.
신씨는 노 대통령의 실정에 실망하고 좌절한 나머지 그를 풍자하는 유머책을 출판했다. 제목은 ‘노무현 정권에서 살아남는 방법 69가지’이다.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간단히 요약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남은 임기 1년간 견디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노사모를 ‘노무현을 찍었다가 사기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새로 개명했다.
노 대통령은 임기를 1년 남겨두고 국민들로부터는 물론이려니와 자신이 믿고 의존했던 열린우리당과 노사모로부터도 버림을 받는다. 리어 왕의 비극적인 처지를 연상케 한다.
리어 왕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작품들 중 하나이다. 리어 왕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그는 딸들에게 영토를 넘겨주기 위해 자신에 대한 효심을 먼저 물었다. 큰 딸 고네릴과 둘째 딸 리건은 아버지를 극진히 사랑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첨했다. 그러나 셋째 딸 코델리아는 자식 된 도리로서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리어 왕은 셋째 딸 코델리아의 담담한 말에 화가 났고 그 딸을 추방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첫째와 둘째 딸들에게 국토를 나눠 주었다. 하지만 일단 나라를 물려받은 첫째와 둘째 딸들은 아버지를 냉대했다. 리어 왕은 궁전에서 쫓겨나 처절한 신세로 전락해 두 딸들을 저주한다.
이 슬픈 사연을 알게 된 셋째 딸 코델리아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쳐들어 왔다. 그녀는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셋째 딸은 전쟁에서 포로가 돼 처형되고 만다. 아버지는 셋째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숨을 거둔다.
노 대통령도 지금 리어 왕 신세가 된 기분을 금할 수 없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리어왕에게는 코델리아가 목숨걸고 달려왔지만, 노 대통령에게도 그런 원군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노 대통령이 자초한 실정의 업보이고 후진적 한국 정치의 비극이기도해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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