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한국판「리어 왕」되는가
노무현 한국판「리어 왕」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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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12-27 16:46
  • 승인 2006.12.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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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리어 왕’ 신세를 방불케 하고 있어 정치와 인생의 무상함을 되씹어보게 한다. 그가 믿었던 상당수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그를 열렬히 지지했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회원 일부도 그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등진다는 데서 그렇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떨어진다며 노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지난 5·31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노 대통령을 보기도 싫다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았다.”, “열린우리당이 패한 게 아니라 노무현당이 패배한 것”이라고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 대통령으로부터 묵직한 감투를 얻어 쓰고 충성심 넘치는 말만 골라 조아리던 사람들이다. 어떤 충성파는 ‘노무현당’인 열린우리당을 “최소한 20~30년 집권세력의 토대”가 되도록 하겠다고 으슥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안 돼 노 대통령을 “보기도 싫다”며 그를 버려야 산다고 돌아서 버렸다.
노 대통령을 내던진 것은 열린우리당뿐이 아니다. 노사모도 마찬가지다. 노사모는 3년 전만해도 노 대통령의 홍위병 노릇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열렬한 노사모 회원인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홍위병이라고 자칭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 되어야 한다. 나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좌로 돌며 나라를 망치자 노사모 회원들 중 상당수가 실망하고 노사모를 떠난다. 그들 중 한 사람이 개그맨 신상훈씨이다.
신씨는 노 대통령의 실정에 실망하고 좌절한 나머지 그를 풍자하는 유머책을 출판했다. 제목은 ‘노무현 정권에서 살아남는 방법 69가지’이다.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간단히 요약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남은 임기 1년간 견디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노사모를 ‘노무현을 찍었다가 사기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새로 개명했다.
노 대통령은 임기를 1년 남겨두고 국민들로부터는 물론이려니와 자신이 믿고 의존했던 열린우리당과 노사모로부터도 버림을 받는다. 리어 왕의 비극적인 처지를 연상케 한다.
리어 왕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작품들 중 하나이다. 리어 왕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그는 딸들에게 영토를 넘겨주기 위해 자신에 대한 효심을 먼저 물었다. 큰 딸 고네릴과 둘째 딸 리건은 아버지를 극진히 사랑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첨했다. 그러나 셋째 딸 코델리아는 자식 된 도리로서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리어 왕은 셋째 딸 코델리아의 담담한 말에 화가 났고 그 딸을 추방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첫째와 둘째 딸들에게 국토를 나눠 주었다. 하지만 일단 나라를 물려받은 첫째와 둘째 딸들은 아버지를 냉대했다. 리어 왕은 궁전에서 쫓겨나 처절한 신세로 전락해 두 딸들을 저주한다.
이 슬픈 사연을 알게 된 셋째 딸 코델리아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쳐들어 왔다. 그녀는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셋째 딸은 전쟁에서 포로가 돼 처형되고 만다. 아버지는 셋째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숨을 거둔다.
노 대통령도 지금 리어 왕 신세가 된 기분을 금할 수 없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리어왕에게는 코델리아가 목숨걸고 달려왔지만, 노 대통령에게도 그런 원군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노 대통령이 자초한 실정의 업보이고 후진적 한국 정치의 비극이기도해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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