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없어질 당이긴 하다. 하지만 2003년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적극적이었던 천정배와 정동영 의원이 또 신당 창당에 앞장선다는 데서 그들의 경망한 행보에 경멸의 목소리가 높다.
천 의원은 3년 전 노무현 대통령 선거 때 함께 뛰었던 민주당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호남지역정당이므로 새로운 전국 정당이 요구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입장을 180도로 바꿨다. 그는 헌 신짝처럼 내던졌던 민주당과 다시 통합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같은 노선과 정책을 가진 정치세력(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함께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개혁”이라고 했다. 3년만에 호남 지역당에서 “아름다운 개혁 정당”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그는 야당 의원 시절에는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 행사를 극구 반대했었다. 그는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 행사는 “대통령 등 정치권력의 간섭을 매개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판 했었다.
그러나 그는 법무부장관이 되자 의원 시절의 소신을 뒤집었다. 그는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인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수사하려 하자, 법무장관으로서 ‘검찰 지휘권’을 발동해 구속하지 못하도록 틀었다. 노대통령의 코드에 맞추기 위한 변신이었다.
정동영 의원도 말과 입장 바꾸기에는 천의원에 뒤지지 않는다. 그도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새로 만드는데 앞장섰다. 민주당 잔류파가 열린우리당 창당 세력을 ‘배신자’라고 비난하자, 그는 그들을 “김대중 전대통령 때 호가호위하던 사람들(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이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선동하며 DJ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다”고 퍼부었다. 그는 ‘신당은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요즘 돌변하여 자신이 매도했던 ‘DJ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나섰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인하며 “민주세력의 분열(민주당 탈당)이 초래된데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민주당을 떠난 것을 후해한다는 말이었다.
그는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에도 이랬다 저랬다 한 적이 있다. 그는 60~70대 노인들은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기 때문에…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했다. 노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자. 그는 며칠 뒤 말을 뒤집었다. 그는 “예전엔 60세 넘으면 어르신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 70~80세라도 건강이 좋으면 일할 의욕이 넘쳐나신다”고 했다. 듣기에 너무 간사했다.
천·정 두 의원들은 말과 입장을 상황에 따라 자주 바꾼다. 정치인으로서는 물론이려니와 인간으로서도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두 의원들은 열린우리당에서 원내대표, 의장, 장관 등 요직을 거쳤다. 그들은 당내 누구보다도 당이 친북좌로 돌며 망가진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자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중 대신 새 당을 만들어 ‘호위호가’하려 말과 입장을 뒤집는다. 정치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은 노인들이 아니라 다름 아닌 자신들임을 깨우쳐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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