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떳떳지 못한 연구용역 수주가 문제 되자, 자신은 연구보고서에 이름만 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후에 이름만 올린게 아니라 630여만원의 용역비까지 받은 것이 드러났다. 그러자 그는 이름만 올렸다고 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공보관이 잘못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교에 이어 하부 관리를 물고 들어간 것이다. 결국 노대통령도 그를 더 이상 붙들고만 있을 수 없었든지 나가도록 했다. 김씨는 학자로서 수치와 오명만 남긴채 임명된지 2주일만에 타의에 의해 밀려났다.
그에 반해, 영국의 모리스 여사는 4년여 전 토니 블레어 총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연히 사퇴했다. 그녀는 대입수능시험 채점 오류와 남학생 2명의 교사 살해 위협 문제가 발생하자, 사직서를 블레어 총리에게 썼다. 그녀는 “나는 내가 장관으로서 갖춰야 할 만큼, 당신(블레어)이 필요로 하는 만큼 능률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친절하게도 내게 하루 더 생각하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바로 물러나는 것이다.” 모리스 여사가 교육부 청사를 재임 1년반만에 떠날 때, 직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배웅했고,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참으로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그녀는 퇴임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관 같은 중책은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빗발치는 사퇴 요구속에서도 “사퇴는 무슨 사퇴냐”고 반박하며 “엄격한 기준” 대신 감투만 지키려했다. 김씨는 연구 용역 문제 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을 때, “부덕한 소치로 물러납니다”며 겸허히 사의를 표명했어야 옳다. 그러나 그는 권력 끈을 놓지않으려다 자신의 인격과 품위에 스스로 상처를 입힌 뒤 퇴출당했다. 장관 감투가 그에게 너무 무거웠던 것 같다. 김씨와 모리스 여사의 상반된 퇴진 모습을 되새겨보며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엄격’해야 함을 새삼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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