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근혜 55명, 친이명박 25명, 중도·미분류 인사 감소
친박근혜 55명, 친이명박 25명, 중도·미분류 인사 감소
  • 홍준철 
  • 입력 2006-09-28 16:57
  • 승인 2006.09.28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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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성향 분석표 파문이후 2차 성향분류표 자체 작성

본지가 입수해 단독 보도한 한나라당 의원 126명 성향분류표(646호 참조)가 나간 후 한나라당 지도부는 ‘출처 불명’의 괴문서로 치부하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당소속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은 분류표에 속한 자신의 성향 분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몇 몇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성향 분석에 항의하기도 했다. 중앙당 당직자뿐만 아니라 보좌진들 역시 본지의 성향 분류표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성향을 재구성하는 작업도 벌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본지는 첫 보도이후 한나라당 국회의원실 반응과 후속 취재한 결과 2차로 재구성한 성향 분류표를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1차 문건이 특정캠프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면 이번 2차 구성은 ‘잘못 분류됐다’고 재분류를 요청한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한나라당 성향분류가 나간 이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친박이 맞다’, ‘왜 내가 친손이냐’, ‘중도가 좋은 게 아니냐’는 등 반문하는 의원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친박 친이로 분류된 인사들은 크게 반발이 없었다. 오히려 중도나 미분류로 된 국회의원들에 대해 ‘잘못 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편 특정 캠프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문건이 공개되자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다른 대선 예비 후보 캠프에서도 작성된 분류표가 존재할 것이라며 ‘구해 달라’는 문의가 본사에 빗발치기도 했다.

친손학규는 13명
126명의 한나라당 성향분류표가 공개된 이후 일단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중도성향 의원들과 미분류 의원들에 대해 의혹어린 눈길을 보냈다. 이에 본지는 이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재분류 작업을 벌였다.(분류표 참조)
재작성된 분류표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은 중도 의원들과 미분류 의원들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자체 조사한 성향분류 결과 친박(친박근혜)인사의 경우 4명이 줄고 9명이 늘어났다. 친이(친이명박)인사로 분류된 사람 역시 줄어들지는 않은 대신 5명이 더 늘어났다. 결국 기존의 친박 50명, 친이 20명에서 친박 55명, 친이 인사가 25명으로 증가했다. 미세하게나마 친손(친손학규)인사도 한명이 줄어드는 대신 3명이 늘어 결과적으로 2명이 우군으로 잡혔다.
반면 중도성향과 미분류 의원들은 대폭 줄었다. 중도 의원은 1차 문건에는 24명이었으나 2차 분류에서는 12명이 빠지고 4명이 더해져 16명으로 나타났다. 미분류 역시 5명이 줄고 1명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11명에서 4명이 줄어 7명으로 분류됐다.
그래도 중도와 미분류를 합치면 23명으로 3강구도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는 인사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줄세우기’ 가속화 할 듯
2차 현장 취재를 벌이는 동안 해당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은 국회의원 성향이 어떻게 나와야 좋은 거냐며 고심하는 모습도 보였다.
영남의 한 의원은 “중도 성향 의원들은 전부 기회주의자 아니냐”며 “양다리를 걸친 인사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미분류된 인사들과 관련, 중도 의원들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면서 ‘정체불명 인사’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중도내지 미분류로 된 인사들에 대해 친박 친이 인사들은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친박이나 친이 인사로 분류된 해당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은 부담스러운 표정이었다. 일단 한국 정치구조상 한쪽에 줄을 섰다고 낙인찍힌다는 점이 곤혹스럽다는 설명이다. 친이명박계로 찍힌 서울지역구 출신의 한 의원은 “내가 왜 친이명박이냐 박근혜 대표와도 친하다”며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홀가분하다는 반응은 오히려 친손 인사들로부터 나왔다.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손 전지사의 지지도가 의미있는 수준에 오르면 친박이나 친이명박 어느쪽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신세”라며 “친손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손해 볼 게 없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유출에 촉각세우기도
성향분류표에 대해 계파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상당수 의원들은 ‘누가’, ‘왜’ 성향분류표를 작성해 언론에 유출시켰느냐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통상적으로 대선 캠프가 출범하거나 당대표를 선출할 때에 각 캠프에서 성향분류표를 만든다는 것은 정치권에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성향분류표가 외부에 공개된 적은 흔치 않았다. 캠프내에서도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작업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자칫 특정 캠프에서 유출됐다는 점이 알려질 경우 정치적으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당권·대권을 잡은 측에서는 반대편 인사들에게 호의적일 수 없다. 결국 성향분류표는 정치적 살생부로 전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출시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126명 성향분류표가 공개됐을 때 중앙당에서 ‘유출자는 해당행위로 엄단에 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박근혜 “곤혹스럽다”
주요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서는 성향 분류표를 무엇 때문에 유출했는지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경선 방식의 변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한나라당 핵심 한 당직자는 “이번 유출로 당내 세력구도가 어느 정도 판명이 났다고 봐야 한다”며 “친박이 50명이고 친이가 20명으로 분류된 것은 박 대표가 당내 지지기반이 확고하다는 방증”이라며 “결국 성향분류표 공개로 인해 이 전시장이나 손 전지사는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126명 성향분류표가 공개됐지만 이명박 전시장이나 손학규 전지사로선 손해볼 게 없다는 해석이다. 반면 박근혜 전대표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내다봤다.
사실 손 전지사가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또 이 전시장은 당내 세력구도가 박 대표에 비해 약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전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표보다 앞서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성향분류표 공개에 따라 손 전지사나 이 전시장은 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게 됐다. 관전 포인트는 경선방식을 두고 이-손 양자 연대론이 언제 구체적으로 가시화되느냐는 점이다. 아울러 ‘불가입장’인 박 전대표의 입장 변화 여부도 관심사로 대두될 전망이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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