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감동·전율·이것이 진짜 북파공작원의 세계다
생생한 감동·전율·이것이 진짜 북파공작원의 세계다
  • 이석 
  • 입력 2005-06-22 09:00
  • 승인 2005.06.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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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실미도’의 후속 영화 제작이 북파공작원 출신 인사들에 의해 극비리에 추진되고 있다. ‘H.I.D 북파공작 특수임무 수행자 전우회’(이하 HID 전우회)가 제작할 예정인 영화 ‘돼지들’(가제)이 그것. 북파공작원들의 실상을 파헤친 소설 ‘돼지들’을 원작으로 준비 중인 이 영화는 무엇보다 북파공작원 출신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냈기 때문에 전편보다 사실적으로 북파공작원의 실상을 재현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HID 전우회는 그동안 극비리에 영화 관계자들과 접촉을 벌였다.

지난 2년여 동안 유명 영화감독인 I씨를 비롯해, 연예기획사인 C사, 영화 배급사인 C사와 S사 등과 만나 제작에 필요한 사항을 조율해 왔다. 때문에 영화 제작을 위한 준비는 현재 상당 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 제작은 HID 전우회 중앙본부의 영화추진사업단에서 담당하고 있다. 얼마 전 시놉시스가 완성됐고, 주연급을 제외한 조연급 배우도 이미 섭외가 마무리됐다. 서정국 HID 전우회 영화추진사업단장은 지난 17일 <일요서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감독 몇 명과 접촉 중이다. 유명 연예기획사를 통해 영화에 출연할 주연배우도 섭외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만 마무리되면 곧바로 영화제작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북파공작원을 다룬 소설 ‘돼지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서 단장이 설명하는 영화 내용은 이렇다.

영화는 CIA 요원인 에드워드 김(한국명 김민호)이 한국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민호는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된 후 헤어진 형 민수를 20년만에 찾아 나선다. 그러나 형의 행방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형이 남긴 한 권의 노트를 손에 넣게 된다. 노트에는 고아원에서 탈출한 뒤, 중국으로 밀항해 조직폭력단에 가입한 일, 극렬 운동권 학생으로 공안에 쫓기던 이은영을 만나게 된 과정, 우여곡절 끝에 사형을 선고받기까지의 삶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민호는 형이 사형선고 6개월 후, 대북 특수부대 요원으로 선발된 사실을 알게 된다. 민수는 이곳에서 3년여에 걸친 피나는 훈련을 받고 북에 침투했고, 북한군 초소 교란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 이후에도 민수는 수시로 북한을 오가며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어느날 해상침투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잠수정이 좌초되고 만다.

북에 고립된 민수 일행은 처절한 싸움 끝에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다.서 단장은 “영화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파공작원은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실미도를 통해 북파공작원의 실상이 일부 공개되기는 했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북파공작원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알리기 위해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그동안의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지난 2년여간 영화를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게 서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영화의 소재보다는 주연 배우를 먼저 따져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 영화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대목”이라면서 “때문에 현재는 영화제작을 위한 법인을 설립할지 여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 단장은 그러나 이 영화가 ‘실미도’의 후속편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실미도에 등장하는 공작원은 전원 사망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 출연하는 주인공은 모두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면서 “겉핥기식으로 북파공작원을 그려낸 실미도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실미도에 소개된 훈련 내용을 예로 들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훈련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다. 북파공작원의 경우 조교로부터 훈련을 받지 않는다. 철저하게 개인적으로 훈련이 진행된다. 훈련 강도도 영화 내용은 ‘빙신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 훈련은 인간의 한계를 체험할 정도로 훈련이 가혹하다. 때문에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이번 영화를 통해 알릴 수 있을 것으로 서 단장은 전망했다.

역사적 사건도 이 영화를 통해 고증할 예정이다. 다음은 서 단장이 털어놓는 일화 한토막.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당시인 지난 74년 8월 서 단장의 부대는 비상이 걸렸다. 당시 서 단장은 영문도 모른 채 완전군장을 하고 헬기에 탑승했다. 나중에서야 육영수 여사가 저격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같은 역사적 사건도 영화를 통해 재조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 단장은 서울 인근에 당시 있었던 북파공작원 훈련장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그는 “청계산, 수락산, 북한산 등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북파공작원 훈련소를 포함한 세트장을 건립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와 세트장 건립을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 소설 ‘돼지들’은 어떤 내용?

소설 ‘돼지들’은 본격 실화소설이다. 오래전부터 북파 공작원의 존재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가 치밀한 자료수집과 취재를 거쳐 완성한 작품으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등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처절한 훈련과정, 침투 후 목숨을 걸고 벌인 북파공작원들의 활약상은 관련 출판물 가운데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 이정규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경향신문사 기자, 일요신문 사회부장, 일요서울 편집국장을 지냈다.

작가의 작품으로는 ‘돼지들’ 외에도 북한 핵을 둘러싼 한, 미, 일 삼국간의 전쟁소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가 있으며, 그밖에 ‘겨울 해바라기’ ‘초록빛 모자의 천사’ ‘바다 위의 피아노’ 등이 있다. 작가는 소설 ‘돼지들’을 통해 거듭 갈파한다. 이제는 북파공작원들에 대한 우리 사회 일부의 그릇된 시선을 버려야 한다고. 다시 말해 북파공작원들은 전과자나 우범자 출신이라는 항간의 소문과 달리, 암울한 시대에 국가의 부름을 받아 목숨을 걸고 조국애를 실천한 진정한 애국자들이라고.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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