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계룡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과의 대화에서 ‘자주국방’이 ‘반미’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자주국방이 “반미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친미의 자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의 관계는 우호적인 자주관계로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가 ‘작전통제권’을 갖고 우리 장수들을 데려다 볼기를 치고 임금까지 바꿔버리겠다고 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남에게 의지해 우리의 미래를 맡기면 번번이 실패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노대통령의 저같은 계룡대 발언은 앞뒤가 서로 맞지않아 혼란스럽다. 뿐만아니라 그는 자신이 주장하는 자주국방이 반미가 아니라는 뜻을 전달하려 했으나 도리어 반미감정을 충동했다. 그밖에도 그는 역사를 잘못 원용했다.노대통령은 발언 앞 부분에선 미국과 “우호적인 자주적 관계로 가져갈 것” 이라고 했으면서도 뒷 대목에서는 반미로 가져갔다. 그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이 조선조 임금 처럼 “작전통제권” 없이 미국에 예속적이었고, 장군들이 미국에 불려가 볼기를 맞을 정도로 종속되었던 것으로 연상케 했다. 반미감정을 자극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어느 대한민국 대통령도 미국에 종속적이지 않았고, 어느 장군도 명나라에 당했던 것처럼 수모를 겪은 적도 없다. 노대통령은 조선조와 명나라의 관계를 400년 후 오늘의 한미관계에 대입시킴으로써 역사를 잘못 원용했다. 역사를 깊이 공부하지 못한 탓이다.당시 조선과 명 관계는 지금의 한미관계와는 전혀 달랐다. 조선조는 임금의 즉위에 반드시 명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명의 연호를 썼으며, 조공을 바쳤다. 종속관계 그것이었다. 그렇게 종속관계에 있었던 조선과 명 관계를 한미관계에 빗대어 원용했다는 것은 역사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을 미제국주의 식민지라고 매도하는 좌파 논리, 그것과 다르지 않다. 노대통령의 말대로 친미하면서 자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원래 친북좌파 정권이 들어서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역대 정권들은 ‘친미의 자주’노선을 견지해 왔다. 그들은 자주하면서도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신뢰와 우의를 두텁게 다져왔다.이승만으로부터 김영삼에 이르는 대통령들은 ‘자주’하면서 한·미 유대를 돈독히 하여 미국의 경제및 군사 지원속에 마음놓고 경제건설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발전시켰다. 우리 장군들은 미국에 가 볼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선진 전술전략·행정·영어 등을 배워 후진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기여 했다. 그러나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 친북좌파 정권은 “친미의 자주”가 아니라 탈미친북 또는 반미친북으로 돌아섬으로써 반세기 동안 굳혀온 한미동맹을 허물어 냈다. 노대통령은 재야시절 “반미주의 하면 어떻습니까”고 했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도 주장했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반미친북 발언을 계속했다. 그는 북한의 달러 위조에 대해 미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면, 한국과 ‘마찰과 이견이 생길 것’ 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북한간에 마찰이 생기면, 북한 편에 서겠다는 반미친북 표현이었다.그러면서도 그는 지휘관과의 대화에선 ‘자주’는 ‘친미의 자주’를 뜻한다고 얼버무렸다. 5·31 선거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반미친북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과 반발이 거세지자, ‘자주’를 ‘친미의 자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 노대통령은 ‘친미의 자주’라는 어색한 위장속에 ‘반미친북’으로 숨어들게 아니라 정직하게 ‘친미반공’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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