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심대평 활로모색 교감
실제로 당세 약화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는 한 대표와 심 지사는 연대론에 교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4·30 재보선때 호남과 충청권 민심을 재확인한 양 측은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이 각자 지역민심을 끌어안고 전략적 연대를 이끌어 낸다면 97년 대선 영광을 다시 재연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국민을 위해 생각이 같으면 정책연합을 할 수 있다”며 연대론에 공감하는 뜻을 내비쳤고, 심 지사 역시 “지역대표성을 갖는 정치세력과 힘을 모아 지역감정의 뿌리를 털고 간다면 그것처럼 바람직한 것은 없다”며 연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문제는 두 사람이 연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양 측을 대표할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17대 총선이후 정국을 양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소속 잠룡들과 견줄만한 후보군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 전총리는 ‘제2의 DJP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두 사람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주는 동시에 대권구상을 완성시키는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 카드인 셈이다.대망론을 꿈꾸고 있는 고 전총리도 현실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 전총리가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기존 정당 후보로 나서거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 스스로 후보가 되는 양자 택일을 해야 한다. 무소속 출마도 배제할 수 없으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건 최종 선택 관건
기존 정당을 선택할 경우에도 그 폭은 한정적이다. 여야(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고 전총리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당내 잠룡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정·부통령제 개헌 등을 매개로 한 고 전총리의 역할 분담을 영입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권구도에서 중심역할은 자신들이 담당하고, 고 전총리는 차기 대선을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견인자 내지는 든든한 조연 역할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여야 지도부가 ‘대선승리’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고건 카드를 전격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잠룡들의 반발과 그로인한 내분 등 파장을 고려할 때 무혈입성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어느 곳이든 입당후 당내 경선을 거칠 수도 있지만 조직력 부재 등 승리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이 카드는 고 전총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 전총리 입장에서는 여야를 망라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택,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대권주자로 옹립되는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이 낮다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는 것도 자금과 조직력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고 전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민주당 등 군소정당을 아우르는 ‘국민대표’ 모델이다. 특히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은 각각 호남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 지역 맹주로 위상을 떨쳐온 무시못할 정치세력이다. 비록 DJ와 JP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당세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게 현실이지만 지난 4·30 재보선 결과가 말해주듯 이 지역 민심은 여전히 두 정치세력에 애정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97년 DJP연대가 모델
최근 여권 주변에서 호남의원 탈당설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지역 민심과 무관치 않다. 여권에 대한 호남권 민심 이탈 현상이 심화되면서 호남권 의원들이 동요하고 있는 게 탈당설의 배경이다. 실제로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전남 나주 화순)으로 당선된 최인기 의원이 지난달 30일 민주당에 입당한데 이어 최진영(무소속) 전북 남원시장도 7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두 사람의 민주당행은 민주당 재건을 바라는 지역민심과 맞물려 있다.호남권 의원들은 탈당설이 나돌자 즉각 ‘사실무근’ 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몇몇 의원들은 민심을 외면할 수 없다는 명분하에 민주당 관계자들과 물밑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 전총리가 최근 민주당 인사들과 회동하는 등 정치행보를 넓히고 있어 고 전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은 고 전총리 영입에 당 사활을 걸고 있고 한화갑 대표도 고 전총리 영입 의사를 여러번 피력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고 전총리가 지난달 24일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만나 대선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시사했고, 11일에는 박준영 전남지사가 마련한 역대 전남도지사 초청 오찬 행사에 참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전총리가 대망론을 펼치기 위한 전초기지로 민주당을 선택한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정계개편 핵뇌관
또 이러한 의문은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이른바 ‘고건-한화갑-심대평 대권밀약설’과 맞물려 정계개편을 촉발시키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망론을 펼치기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고 전총리와 침체된 당 활로 모색과 97년 대선 승리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제2의 DJP연대론’에 교감하고 있는 한 대표·심 지사의 공통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정치권 빅뱅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이 중심이 된 이른바 대권밀약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해 이 세 사람이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밀약설의 실체도 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4· 30 재보선 이후 여권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는 민심을 감안하면 세 사람이 역정계개편을 통해 대권구도 재편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건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그 모양새를 갖춰 나갈지 호남의원 탈당설과 맞물려 고 전총리의 향후 정치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살아있는 권력도 걸리면 친다 - 검찰 권력 심장부 겨냥하나
‘행담도 개발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하자 여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행담도 사건과 관련해 한달 넘게 조사해 온 감사원은 오는 16일쯤 수사 의뢰 대상과 적용 혐의 등을 결정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감사원에서 자료가 넘어오는대로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감사원이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과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로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에 대한 신병확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청와대 정찬용 전 인사수석,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등 현 정권의 실세 등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될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배제된다고 해도 행담도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이 있는 이들 실세들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이란 게 검찰 관계자들의 시각이다.여기에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담도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의원은 8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직속기구인 동북아시대위가 행담도 사업을 지휘했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지시 없이 동북아시대위가 마음대로 사업을 지시할 수 있었겠느냐. 어느 정도 지시했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어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당할 수 없으니 참고인 신분이든 어떤 방식이든 감사원 또는 검찰에서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거듭 촉구했다.이처럼 야권이 행담도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만큼 검찰도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검찰권 축소 움직임 등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검찰이 현직 대통령 등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을지 향후 검찰 수사 추이가 주목된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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