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4.15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발 정계개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손학규 당대표를 위시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계열과 유승민계의 바른정당 출신 의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운 이후 양측 간 결별은 시간문제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여기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 역시 ‘제 3지대 신당’을 통한 외연확대 없인 총선 필패라는 위기의식에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계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9월 비자가 만료는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 후인 10월에 호남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야권 발 정계개편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 손학규, 지지율 안오르면 추석때 사퇴 ‘배수진’ 제3지대 헤쳐모여式 돌파
- 김한길-안철수 역할론, 바른정당 계열 3~4명 탈당이 ‘신호탄’
총선이 다가올수록 몸이 달아오르는 쪽은 거여거야가 아닌 소수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다. 14석의 민주평화당은 의원 전체가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민주평화당 단독 간판으로 임하기에는 ‘2%’가 부족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당이 없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화당이 정의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거절한 배경이다. 평화당은 이미 6석의 정의당과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을 통해 원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한 바 있다. 최소 20인 이상 현역 의원이 있어야 교섭단체의 요건이 되고 상임위와 예산 협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노회찬 의원의 유고로 이들은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고 노 전 의원의 지역구에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당선됐지만 평화당은 정의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했다. 평화당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 성향의 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은 도움이 되지 않고 무엇보다 바른미래당과 제3지대 신당 창당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앞장서 반대한 장병완 전 평화당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정쟁만 할 가능성이 높아 교섭단체 구성은 의미없다”며 “제3지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성엽 원내대표 역시 당선일성으로 “더 이상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던 평화당은 없다”며 ‘제3지대 신당창당’에 힘을 실었다.
‘빅텐트’ 꿈꾸는 孫, 추석 사퇴 배수진 친 까닭은
평화당의 신당 창당 대상은 바른미래당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5월8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평화당 어느 당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는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독자노선을 천명했다. 하지만 양당 모두 이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거여거야 대결구도에 전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어 시점의 문제이지 야권발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외형상 야권 발 정계개편의 키는 바른미래당이 쥐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손학규 당대표가 ‘통합의 전도사’를 자청하고 있다. 손 대표는 4.3보궐선거 참패이후 가진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은 더 거세질 것이고 대결정치에 신물난 국민들은 정치개혁을 열망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를 위해 제3지대를 열어가야 한다. 추석 때까지 바른미래당의 모습과 역할이 구체화 될 것이며 그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이르지 못하면 그만둘 것”이라고 사퇴의 배수진을 쳤다. 추석 연휴는 9월 12~15일이다.
손 대표가 추석연휴를 사퇴시한으로 못박은 것은 안철수 전 대표 귀국 시점과 공교롭게 맞물려 있다. 안 전 대표는 9월 비자가 만료돼 갱신 문제로 일시 귀국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바른미래당이 두 동강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해외로 출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9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바른미래은 제3지대 신당 창당과 분열 사이에 안철수 전 대표가 제3지대 신당창당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게 손 대표 진영의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 계열 특히 유승민계 추가 탈당이 있을 것으로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당 안팎에서 탈당설에 휩싸인 인사들로는 정운천 의원을 비롯해 지상욱, 이혜훈, 유의동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계열과 이혜훈, 유의동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이럴 경우 당내 한국당 출신 의원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호남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돼 민주평화당과 제3지대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모토로 신당 창당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손학규 당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에서는 김한길 전 의원의 모종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한길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최근 결혼 24주년 축하 자리를 다녀와 “김 전 의원이 폐암을 이겨내고 건강이 많이 호전됐다”며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정치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신당 창당 기술자’로 불릴 정도다. 중도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안철수 전 대표와 만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등 합당과 창당에 일조했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은 “김 전 의원이 건강이 호전됐다고 해도 혼자서는 신당 산파 역할을 할 수 없고 안철수 전 대표와 손 잡고 제3지대 신당을 추진할 공산이 높고 시기적으로 10월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8개 호남의석 쟁탈전 필수조건은 신당 창당
이 과정에서 민주평화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타진했다가 무산돼 무소속으로 있는 이용호·손금주 의원 역시 함께할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한길-안철수-손학규 등 바른미래당내 구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민주평화당, 호남 출신 무소속 의원에 원외 신진 정치세력까지 아우르는 ‘개혁중도세력’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손 대표가 평소 주장한 ‘빅텐트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손 대표가 ‘추석전 지지율 10%’ 발언의 속내 역시 바른미래당 발 제3지대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고도의 정치적 수사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한편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는 이언주 의원과 바른정당 계열의 추가 탈당 인사들 역시 이 시기에 집단적으로 복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평화당과 바른정당 계열의 통합에 대한 자신감의 근간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을 누르고 호남대첩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몫하고 있다. 현재 호남 지역구 의원 분포도를 보면 총 28석 중 평화당이 14석, 바른미래 6석, 무소속 3석, 민주당 5석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을 합칠 경우 20석이다. 민주당, 무소속 등 8명은 다수가 초재선인 반면 야당 호남 의원들 상당수는 중진들이다. 예전 같으면 물갈이 대상이지만 내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에 맞서 중진 대 정치신인으로 일대일 대결을 벌일 경우 인지도 및 조직 그리고 경륜 면에서 본선에서 경쟁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그 전제는 양당간 통합이 필수조건인 셈이다.
홍준철 부국장 겸 편집위원 mariocap@ilyoseoul.co.kr